간밤에 지게 여던 바람 살뜰히도 날 속여고
간밤에 지게 여던 바람 살뜰히도 날 속여고 풍지 소리에 님이신가 반기온 나도 외거니와 진실로 들라곤 하더면 밤이조차 우을랏다
지게 : 문. 지게문. 戶=지게 호(훈몽자회). 살뜰히도 : 살뜰하게도. 여기에서는 '교묘하게도'의 뜻으로 쓰였다. 풍지(風紙) : 문풍지. 문틈으로 새어드는 찬바람을 막기 위해 덧붙여 바른 종이. 바람이 불면 떨려서 소리가 난다. 외다마는 : 그르다마는. 잘못이지만. 들리곤 : 들어오라고만. 밤이조차 : 밤조차. 밤까지도. 우을랏다 : 웃었을 것이로다!
김천택(金天澤) 자는 백함(伯涵), 호는 남파(南坡). 벼슬은 숙종때 포교(捕校)를 지냈다. 조선조 영조 때의 가인(歌人)으로, 노가재(老歌齎) 김수장과 가까이 사귀면서, 평민 출신으로 이루어진 경정산 가단(敬亭山歌壇)에서 많은 후진을 길러 내었다. 영조 4년(1728)에 우리 나라 최초의 시가집 '청구영언(靑丘永言)'을 편찬하여 시조의 정리와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해동가요'에 그의 시조 57수가 실려 오늘에 남아 있다. 감 상 지난밤에 내 방문을 열던 바람이 감쪽같이 나를 속였구나! 문풍지 소리를 모르고 님이 오셨나 반가워한 나도 어리석었지마는, 참말로 들어오라고도 했더라면 밤까지도 웃을 뻔한 일이로다. 바람에 떠는 문풍지 소리를 그리운 님의 기척으로 착각해서 하마터면 들어오라고 말할 뻔하였다. 그 말을 안했기에 망정이지 했더라면 밤마저도 나를 비웃었을 것이다.이런 것이 '자연과의 대화'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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