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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쇼 하이쿠의 세계 - ◀ 원문보기 클릭 ▶
유옥희 / 계명대학교 일본어문학과교수 (053)580-5098
'마츠오 바쇼'는 '윤선도'와 동시대인(同時代人)으로 일본서 俳聖으로 추대받는 인물이다.국내서 발간된 '하이쿠(俳句)'에 관한 책을 두루 섭렵하였으나 '바쇼 하이쿠의 세계‘에는 미치지 못 하였다. 책장을 넘길 때 마다 신비로움에 휩싸였으니 그것은 두려움이었다. '바쇼 하이쿠의 세계’는 차마 깨닫지 못한 문학의 본질, 즉 속성을(시의 내면의 세계. 시의 본질. 시의 토대와 골격) 적나라하게 파헤쳤기에, 동경도 함직도 한, 그러나 몰랐기에 끝내 동경하지 못한 신비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 두려웠지도 모른다.유옥희교수는 '바쇼 하이쿠의 세계‘로 물리적으로 쪼개는 것이 불가능한 원자를 쪼개 놓은 격이었다. 쪼개 놓은 것은 시인의 사상이 아니라 시로 가는 길목에 버티고 있는 혼이었다. 혼을 다룬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기서 어렵다는 것은 "어렵지 않으면서도 어렵고, 쉬우면서도 쉬운 것은 아니다"는 표현이 적적할지도 모른다.'바쇼 하이쿠의 세계‘를 접한다면 문학지망생은 문학을 포기할지도 모르고, 시인은 감히 시인이라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문학이 무엇인지 시가 무엇인지는 알게 될 것이다. 자아의 정체성을 밝히고 싶거나, 시 다운 시를 쓰고 싶어, 막연히 무엇을 갈망하는 문학지망생과 시인이 있다면, '바쇼 하이쿠의 세계‘를 권하고 싶다.'바쇼 하이쿠의 세계‘는 절판이라 출판사에서도 구할 수 없어, 유옥희교수님께 부탁드렸더니 여유분을 보내 주셨다. 혹 필요로 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 전화번호를 명기하였다. 여유분이 없으면 복사본이라도 보내 주실지도 모른다.
몇 번이고 책을 덮을 것이다. 그러나 또 펼칠 것이다.
서 장 : 하이쿠와 바쇼제1장 : 바쇼와 전통 제2장 : 의 미학 제3장 : 바쇼의 계절 제4장 : 하이카이 앤솔로지 제5장 : 서민시 사루미노 제6장 : 와 본초 제7장 : 바쇼의 웃음과 유머 제8장 : 윤선도와 바쇼 제9장 : 와 종 장 : 바쇼의 예술성과 인간적 고뇌
“제2장 寂び(사비)의 미학”과 “제9장 본의(本意)와 본성(本性)”를 소화시킨다면, 가식 없는 훌륭한 시인이 될 것이다. 를 접하고 “근본이 없거나 모르는 것은 허깨비와 같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으니, 시의 근본도 모르는 나로서는 커다란 수확이었다. 한국인으로서는 속 쓰린 노릇이지만, 문학도 일본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서 “허깨비”는 어느 나라겠는가?매명(賣名)에만 급급한 문인(?)이 도태되고, 文的교류보다 人的교류를 중시하는 풍토가 척결되지 않는 한, 문학도 일본수준으로 끌어올리지 못할 것이다.왜? 한국에는 노벨문학상수상자가 탄생하지 않는가?를 접하면 그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제 2 장 寂び(사비)의 미학 (부분발췌) 寂び(사비)는 우리말의 적절한 역어(譯語)를 찾기도 어려워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때 많은 부연 설명이 필요한 용어이기도 하다. 청빈(淸貧)의 미학과 유사하다고도 하지만 빈(貧)의 요소에 있어서는 다소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그 출발점과 추구하는 바에 있어서 상이한 요소가 많다. 과 의 비교는 그 문하사적인 배경과 아울러(예컨대 유교적 바탕과 불교적 바탕의 차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재고되어야 하겠지만 는 다분히 감성적인 측면이 동반된다는 점에서 그 차이점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청빈은 작가의 정신적 측면을 문제 삼지만, 는 작품의 미적 양상을 문제 삼는다는 의미에서 다소 상이하다 하겠다. 寂び(사비)의 개념의 가장 일반적인 사전상의 의미는 한적고담(閑寂枯淡)한 정취라는 것이다. 우선 ‘조용하고 차분하며 화려하지 않은 담백한 정취“라는 정도로 이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일견 간단명료한 것 같은 자구적 의미의 이면에는 많은 역사적 의미와 아울러 표현 이전의 본질적인 것이 자리하고 있다.는 주지하다시피 일본 최고(最古)의 고전인 겐지모노가타리(源氏物語)의 미학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나아가 헤이안(平安) 귀족시대의 지배적 미학으로 정착된 것이다. 모노(物)는 대상 즉, 재료나 현상을 의미하며 는 내면적 감동을 의미한다. 따라서 어떤 대상을 접했을 때 그 대상과의 합일에 의해서 내면으로부터 우러나는 깊은 감동을 의미한다.는 화려한 아름다움을 한적한 색깔로 감싸는 것에 의해 억제하고 그 억제하는 것에 의해 한층 깊은 맛을 자아내고자 하는 미의식 - 노노무라 가쓰히데 -란 수수한 이면에 숨어 있는 화사함이기 때문에 그 맛이 더욱 살아나는 경지를 일컫는다.사물 내부의 본질이 일정한 성숙 심화의 시간을 거침에 의해 외부로 현현하는 것. 귀족적 우미함이 시간에 의해 침식된 황량함, 적막한 정취 속에 사물의 진실이 추구되기에 이르러... 라는 설명이다. 즉, 본질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본연의 아름다움으로 현현되는 것이 바로 라는 것이다. 이것은 가 세월의 흐름을 간직한 성숙된 미를 지칭함과 동시에 자연과 인생에 대한 깊은 관조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노노무라 가쓰히데 -바쇼가 라는 것을 별로 언급하지 않고 를 즐겨 사용한 것은 에 충실함으로써 의 미가 자연적으로 성숙되어 우러나오는 예술인의 자세를 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부족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풍부하고 차갑지만 일종의 따뜻함이 있고, 쓸쓸하지만 완전히 고독하지 않고 어둡지만 도리어 밝은 것과 같은 경지이다. - 이모토 노이치 -라고 하는 것은 쓸쓸함과 같은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스며나오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 교라이쇼 -오카자키 요시이에도 지적했듯이 ’쓸쓸함‘ ’한적함‘의 의미를 지닌 사비시사(さびしさ)가 그대로 사비(さび)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쓸쓸함을 긍정적으로 향수(享受)하고자 하는데서 가 성숙되어 나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후대에 와서 바쇼의 정통성을 이야기한 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는 의 특성을 시사한다.구(句)에 번들거리는 것과 화려한 것이 있다. 이것을 고조(高調)라고 생각하고 구(句)에 둔하고 미지근한 것이 있는데, 이것을 하조(下調)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 둔감하고 미진근하고 번들거리고 화려한 이 네 가지는 모두 구(句)의 병적 요소로, 본 유파에서는 특히 꺼리는 것이다. 먼저 번들거림을 제거하는 것은 중급 이상의 사람들의 첫째 수업으로 삼아야 한다. 훌륭한 구(句)에는 번들거림이 없는 것이다. 화려함도 마찬가지이다. 구(句)가 말간 물과 같은 것은 너무 맛이 없다. 때가 묻은 것은 지저분하고 볼품이 없다. 어렴풋하게 은근히 분위기가 나는 것이 그윽하기도 하고 정감이 있기도 한 것이다.번들거리고 화려하지 않은 것. 그렇다고 미지근하고 둔감하지도 않은 것...... 이와 같이 모두 “...않은 것”으로 표현되는 데에 의 하나의 특징이 있다. 상반되는 것이 예시를 통해서 설명하며 확연하게 이런 것이라고 단언하지 못하는 의 특성을 대변해 주는 것이라 하겠다. 진실된 감동이 동원되지 않고 지나치게 힘이 들어갔을 때의 화려함이나, 무감동한 미지근함을 벗어난 미(美)라는 것이다. 이러한 것은 수업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하고 있다.화려한 한 폭의 수묵화는 채색이 없더라도 모든 자연의 색깔이 녹아들어 있으며, 화려하지 않으나 깊은 맛을 자아낸다. 바쇼는 연륜에 의해서 생겨난 화려하지 않은 수수함과 섬세한 여정의 미를 잘 그려진 수묵화로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와 자족(自足)는 원래 실의(失意)의 원인이 되는 결핍을 의미하며, 여기서 발전하여 물질적 빈한함 속에서 도리어 정신적 충족감이나 풍아(風雅)를 발견하는 미의식을 말한다.풍아(風雅)1. ‘풍’은 풍교(風敎)의 시(詩)로 민요류(民謠類), ‘아’는 엄정하고 품위가 높은 음악시(音樂詩)를 말한다. 이 뜻이 전화하여 시가(詩歌)나 문장(文章)의 길을 뜻하고, 더 광범위하게 우아하고 아름다운 것, 속세를 떠난 풍류 전반을 의미하게 되었다. ‘풍소(風騷)’도 거의 같은 뜻이며 ‘소(騷)’는 《초사(楚辭)》의 ‘이소(離騷)’를 가리킨다.2. 시전(詩傳)의 풍(風)과 아(雅)라는 뜻으로, ‘시(詩)’를 이르는 말.
| ㆍ작성자 |
검정삿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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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09/03/03 (화) 11: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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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조회: 6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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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쇼 하이쿠의 세계
유옥희 / 계명대학교 일본어문학과교수 (053)580-5098
'마츠오 바쇼'는 '윤선도'와 동시대인(同時代人)으로 일본서 俳聖으로 추대받는 인물이다.
국내서 발간된 '하이쿠(俳句)'에 관한 책을 두루 섭렵하였으나 '바쇼 하이쿠의 세계‘에는 미치지 못 하였다. 책장을 넘길 때 마다 신비로움에 휩싸였으니 그것은 두려움이었다. '바쇼 하이쿠의 세계’는 차마 깨닫지 못한 문학의 본질, 즉 속성을(시의 내면의 세계. 시의 본질. 시의 토대와 골격) 적나라하게 파헤쳤기에, 동경도 함직도 한, 그러나 몰랐기에 끝내 동경하지 못한 신비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 두려웠지도 모른다.
유옥희교수는 '바쇼 하이쿠의 세계‘로 물리적으로 쪼개는 것이 불가능한 원자를 쪼개 놓은 격이었다. 쪼개 놓은 것은 시인의 사상이 아니라 시로 가는 길목에 버티고 있는 혼이었다. 혼을 다룬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기서 어렵다는 것은 "어렵지 않으면서도 어렵고, 쉬우면서도 쉬운 것은 아니다"는 표현이 적적할지도 모른다.
'바쇼 하이쿠의 세계‘를 접한다면 문학지망생은 문학을 포기할지도 모르고, 시인은 감히 시인이라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문학이 무엇인지 시가 무엇인지는 알게 될 것이다. 자아의 정체성을 밝히고 싶거나, 시 다운 시를 쓰고 싶어, 막연히 무엇을 갈망하는 문학지망생과 시인이 있다면, '바쇼 하이쿠의 세계‘를 권하고 싶다.
'바쇼 하이쿠의 세계‘는 절판이라 출판사에서도 구할 수 없어, 유옥희교수님께 부탁드렸더니 여유분을 보내 주셨다. 혹 필요로 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 전화번호를 명기하였다. 여유분이 없으면 복사본이라도 보내 주실지도 모른다.
몇 번이고 책을 덮을 것이다. 그러나 또 펼칠 것이다.
서 장 : 하이쿠와 바쇼 제1장 : 바쇼와 전통 제2장 : <사비>의 미학 제3장 : 바쇼의 계절 제4장 : 하이카이 앤솔로지 <사루미노> 제5장 : 서민시 사루미노 제6장 : <사루미노>와 본초 제7장 : 바쇼의 웃음과 유머 제8장 : 윤선도와 바쇼 제9장 : <본의>와 <본성> 종 장 : 바쇼의 예술성과 인간적 고뇌
“제2장 寂び(사비)의 미학”과 “제9장 본의(本意)와 본성(本性)”를 소화시킨다면, 가식 없는 훌륭한 시인이 될 것이다. <바쇼 하이쿠의 세계>를 접하고 “근본이 없거나 모르는 것은 허깨비와 같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으니, 시의 근본도 모르는 나로서는 커다란 수확이었다. 한국인으로서는 속 쓰린 노릇이지만, 문학도 일본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서 “허깨비”는 어느 나라겠는가?
매명(賣名)에만 급급한 문인(?)이 도태되고, 文的교류보다 人的교류를 중시하는 풍토가 척결되지 않는 한, 문학도 일본수준으로 끌어올리지 못할 것이다.
왜? 한국에는 노벨문학상수상자가 탄생하지 않는가? <바쇼 하이쿠의 세계>를 접하면 그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제 2 장 寂び(사비)의 미학 (부분발췌)
寂び(사비)는 우리말의 적절한 역어(譯語)를 찾기도 어려워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때 많은 부연 설명이 필요한 용어이기도 하다. 청빈(淸貧)의 미학과 유사하다고도 하지만 빈(貧)의 요소에 있어서는 다소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그 출발점과 추구하는 바에 있어서 상이한 요소가 많다. <청빈>과 <사비>의 비교는 그 문하사적인 배경과 아울러(예컨대 유교적 바탕과 불교적 바탕의 차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재고되어야 하겠지만 <사비>는 다분히 감성적인 측면이 동반된다는 점에서 그 차이점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청빈은 작가의 정신적 측면을 문제 삼지만, <사비>는 작품의 미적 양상을 문제 삼는다는 의미에서 다소 상이하다 하겠다.
寂び(사비)의 개념 <사비>의 가장 일반적인 사전상의 의미는 한적고담(閑寂枯淡)한 정취라는 것이다. 우선 ‘조용하고 차분하며 화려하지 않은 담백한 정취“라는 정도로 이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일견 간단명료한 것 같은 자구적 의미의 이면에는 많은 역사적 의미와 아울러 표현 이전의 본질적인 것이 자리하고 있다.
<모노노아와레>는 주지하다시피 일본 최고(最古)의 고전인 겐지모노가타리(源氏物語)의 미학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나아가 헤이안(平安) 귀족시대의 지배적 미학으로 정착된 것이다. 모노(物)는 대상 즉, 재료나 현상을 의미하며 <이와레>는 내면적 감동을 의미한다. 따라서 어떤 대상을 접했을 때 그 대상과의 합일에 의해서 내면으로부터 우러나는 깊은 감동을 의미한다.
<사비>는 화려한 아름다움을 한적한 색깔로 감싸는 것에 의해 억제하고 그 억제하는 것에 의해 한층 깊은 맛을 자아내고자 하는 미의식 - 노노무라 가쓰히데 -
<사비>란 수수한 이면에 숨어 있는 화사함이기 때문에 그 맛이 더욱 살아나는 경지를 일컫는다.
사물 내부의 본질이 일정한 성숙 심화의 시간을 거침에 의해 외부로 현현하는 것. 귀족적 우미함이 시간에 의해 침식된 황량함, 적막한 정취 속에 사물의 진실이 추구되기에 이르러... 라는 설명이다. 즉, 본질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본연의 아름다움으로 현현되는 것이 바로 <사비>라는 것이다. 이것은 <사비>가 세월의 흐름을 간직한 성숙된 미를 지칭함과 동시에 자연과 인생에 대한 깊은 관조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노노무라 가쓰히데 -
바쇼가 <사비>라는 것을 별로 언급하지 않고 <와비>를 즐겨 사용한 것은 <와비>에 충실함으로써 <사비>의 미가 자연적으로 성숙되어 우러나오는 예술인의 자세를 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부족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풍부하고 차갑지만 일종의 따뜻함이 있고, 쓸쓸하지만 완전히 고독하지 않고 어둡지만 도리어 밝은 것과 같은 경지이다. - 이모토 노이치 -
<사비>라고 하는 것은 쓸쓸함과 같은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스며나오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 교라이쇼 -
오카자키 요시이에도 지적했듯이 ’쓸쓸함‘ ’한적함‘의 의미를 지닌 사비시사(さびしさ)가 그대로 사비(さび)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쓸쓸함을 긍정적으로 향수(享受)하고자 하는데서 <사비>가 성숙되어 나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후대에 와서 바쇼의 정통성을 이야기한 <바쇼 일엽편주>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는 <사비>의 특성을 시사한다. 구(句)에 번들거리는 것과 화려한 것이 있다. 이것을 고조(高調)라고 생각하고 구(句)에 둔하고 미지근한 것이 있는데, 이것을 하조(下調)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 둔감하고 미진근하고 번들거리고 화려한 이 네 가지는 모두 구(句)의 병적 요소로, 본 유파에서는 특히 꺼리는 것이다. 먼저 번들거림을 제거하는 것은 중급 이상의 사람들의 첫째 수업으로 삼아야 한다. 훌륭한 구(句)에는 번들거림이 없는 것이다. 화려함도 마찬가지이다. 구(句)가 말간 물과 같은 것은 너무 맛이 없다. 때가 묻은 것은 지저분하고 볼품이 없다. 어렴풋하게 은근히 분위기가 나는 것이 그윽하기도 하고 정감이 있기도 한 것이다.
번들거리고 화려하지 않은 것. 그렇다고 미지근하고 둔감하지도 않은 것...... 이와 같이 모두 “...않은 것”으로 표현되는 데에 <사비>의 하나의 특징이 있다. 상반되는 것이 예시를 통해서 설명하며 확연하게 이런 것이라고 단언하지 못하는 <사비>의 특성을 대변해 주는 것이라 하겠다. 진실된 감동이 동원되지 않고 지나치게 힘이 들어갔을 때의 화려함이나, 무감동한 미지근함을 벗어난 미(美)라는 것이다. 이러한 것은 수업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하고 있다.
화려한 한 폭의 수묵화는 채색이 없더라도 모든 자연의 색깔이 녹아들어 있으며, 화려하지 않으나 깊은 맛을 자아낸다. 바쇼는 연륜에 의해서 생겨난 화려하지 않은 수수함과 섬세한 여정의 미를 잘 그려진 수묵화로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와비>와 자족(自足) <와비>는 원래 실의(失意)의 원인이 되는 결핍을 의미하며, 여기서 발전하여 물질적 빈한함 속에서 도리어 정신적 충족감이나 풍아(風雅)를 발견하는 미의식을 말한다.
풍아(風雅) 1. ‘풍’은 풍교(風敎)의 시(詩)로 민요류(民謠類), ‘아’는 엄정하고 품위가 높은 음악시(音樂詩)를 말한다. 이 뜻이 전화하여 시가(詩歌)나 문장(文章)의 길을 뜻하고, 더 광범위하게 우아하고 아름다운 것, 속세를 떠난 풍류 전반을 의미하게 되었다. ‘풍소(風騷)’도 거의 같은 뜻이며 ‘소(騷)’는 《초사(楚辭)》의 ‘이소(離騷)’를 가리킨다. 2. 시전(詩傳)의 풍(風)과 아(雅)라는 뜻으로, ‘시(詩)’를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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