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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 행사 - ◀ 원문보기 클릭 ▶
2005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 행사
“엔터 코리아”엔터, 코리아. 코리아가 세계를 초대하고, 세계가 코리아를 초청했다. 한국이 책을 들고 유럽의 한복판으로 입장했다. 대륙간 문명이 만나 활발하게 교류하는 문화 올림픽,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한국을 명예로운 손님으로 초청한 것이다. 2005년 10월18일, 유럽의 관문, 프랑크푸르트 한복판에 엔터 코리아 깃발이 펄럭이기 시작했다.한국 문화는 유럽에 뒤늦게 도착했지만, 그것은 새로운 출발이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한국은 독일과 유럽, 세계와 손을 맞잡았다. 한국은 더 이상 멀고 낯선 타자가 아니었다. 한국은 독일이 아니라 독일 문화의 내면으로 스며들었다.유럽에게 한국은 지구의 반대 켠, 극동의 미지의 나라였다. 중국, 일본과 구분되지 않는 극동의 낯선 나라였다. 분단과 통일을 경험한 독일 사람들에게 한국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분단국이라는 이미지였다.한국이 정치적 민주화에 이어 경제적으로 부흥한 신흥 공업국가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도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금속활자를 개발했고, 고유한 문자가 있으며, 중국, 일본과 다른 독자적인 전통문화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하지만 독일 사람들은 지구 반대 켠에서 온 손님을 맞기 위해 가슴을 활짝 열었다. 지난 3월부터 독일 전역을 순회한 한국 작가들을 따뜻하게 맞이했다.10월18일 저녁, 알테 오퍼 대극장. 도서전 개막을 알리는 ‘책을 위한 진연’이 펼쳐졌다. 1795년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한 연회는 한 권의 책이 태어나기까지의 고통스런 과정을 화려한 의상과 찬란한 색채, 그리고 장엄한 분위기 속에서 재현했다. 책을 위한 진연은 한국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행사에 바치는 헌사였다.독일 사람들은 기꺼이 감격했다. 마지막 분단국가, 신흥공업국가에 이어 IT강국, 월드컵 열기가 한국의 전부라고 알고 있던 독일 사람들은 ‘원더풀 코리아’라며 박수를 보냈다. 첨단 정보통신 기술로 연출한 주빈국관의 모던한 이미지에 주목하던 독일 사람들은 ‘한국 문화는 캐면 캘수록 새로운 것이 나온다’ 라며 탄성을 자아냈다. 독일 언론은 ‘지금까지 이렇게 흥미로 왔던 주빈국 행사는 없었다’라며 커다란 관심을 보였다.주빈국 행사 스물아홉 개는 대부분 모던 이미지와 전통 이미지를 겹치게 했다. 동양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는 독일 사람들에게 한국 문화의 깊이와 넓이를 피부로 느끼게 하자는 기획 의도였다. 이번 주빈국 행사는 일방적인 한국 알리기 행사가 아니었다. 한국 작가들이 독일 전역을 돌며 독일인들과 만나는 동안, 독일 기자들은 한국을 방문해 한국 문학과 출판의 현장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주빈국관은 전시장의 중심부에 자리 잡았다. 주빈국관 중앙에는 고인돌이 우뚝 서 있고, 고인돌에는 곳곳에는 책이 놓여 있다. 종이책 옆에는 유-북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어, 핸드폰으로 다운로드를 받을 수 있다. 고인돌이라는 역사성과 유-북이라는 첨단 과학기술이 한 공간에서 공존하는 것이다. 주빈국관은 성공적이었다. 관람객들은 유-북을 직접 체험하면서, 디지털 시대 책의 미래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섰다.직지에서 첨단 정보통신 기술에 이르는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의 역사는 한반도와 한국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었다. 이 화려하고 풍족한 문맹의 시대, 한국은 프랑크푸르트 책의 제전을 통해 세계와 만나고 미래와 만나고자 했다. 책의 제전은 잉여나 사치가 아니다. 한국은 책을 통해, 디지털과 만나는 책의 미래를 통해, 인간이 인간으로서 품위를 지킬 수 있는 보다 나은 세계를 모색하고자 한 것이다.한국 출판문화의 유산을 전시한 ‘한국 출판의 역사-메모리의 나이테’ 코너--. 한국의 인쇄 출판의 역사는 상당수가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직지심경요체, 팔만대장경,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훈민정음. 관람객들과 언론들은 한국의 출판문화의 유구함과 그 우수성과 마주치면서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관람객들의 동선은 외국에서 번역 출간된 문학 작품 등 한국 출판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린 ‘오늘의 책’ 코너, 한국의 대표 작가 12인의 전신사진을 세운 ‘작가의 벽’ 으로 이어졌다. 관람객들은 메세 포럼관 2층 2천5백 평방미터에 마련된 주빈국관을 한바퀴 돌며 한국 문화의 어제와 오늘을 돌아보고, 책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었다. 주빈국관은 문명을 충돌과 갈등이 아니라 대화와 교류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기본 정신을 새롭게 해석한 뜻 깊은 만남의 자리였다.세계 각국의 언론은 물론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로부터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역시 유비쿼터스 북스였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종이책과 멀티미디어 신환경의 결합에 대한 시도가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이 같은 맥락에서 우리만의 독특한 유-북의 철학적, 기술적 가능성을 분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신개념의 책 프로젝트는 미래를 앞당기고자 하는 주빈국 한국의 차별성을 과시한 엔터 코리아의 핵심 프로그램이었다.주빈국 행사의 또 다른 중심은 한국의 작가 60여 명이 지난 3월부터 독일 전역을 돌며 자신의 작품을 낭독한 리테라 투어였다. 3월 라이르치히와 그 일대를 시작으로 4월에는 쾰른과 그 일대, 5월에는 함부르크와 그 일대를 거쳐 6월에는 뮌헨 지역을 돌았고, 9월 베를린에 머물렀다가 10월 프랑크푸르트로 입성했다.한국의 작가, 한국의 문학은 특수한 것이었다. 한국 문학은 19세기 후반 이후 세계사적 모순이 끊임없이 폭발한 한반도의 문학이었다. 한국의 작가들은 지난 한 세기 동안 한국인들을 삶의 극지로 내몰았던 ‘슬픈 근대’를 치열한 작가 정신으로 끌어안아 왔다. 망국, 식민지, 전쟁, 분단, 산업화, 민주화 투쟁으로 이어져온 한국의 근현대사는 특수한 것이면서 동시에 세계사가 깊숙하게 개입된 보편적인 것이었다.62명의 한국 작가들이 독일 독자들과 만났다. 독일 사람들은 한국 작가들의 육성에 귀기울였다. 역사에 주눅 들지 않은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상상력에 대한 독일 독자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독일 언론들은 7개월 동안 진행된 리테라 투어에 대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신선한 충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주빈국 행사에 대한 성공적 평가와 더불어 유럽 언론이 한국 작가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한 것은 당연하고 또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한국 작가들이 유럽 언론과 60회 이상 인터뷰를 가졌고, 역대 주빈국 행사 최초로 작가 황석영씨가 독일 ZDF 텔레비전과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고은 시인이 출연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대한 독일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DTV 출판사와 같은 독일의 메이저 출판사는 물론 미국의 세계적 출판사 하코트까지 한국의 책을 향해 러브 콜을 보냈다. 괴테와 귄터 그라스의 나라에서 한국 문학이 자기 존재를 알린 것이다.국내 백13개 출판사가 참가한 한국관 또한 전례 없이 활기찼다. 주빈국 행사 기간 동안 한국관에서 이루어진 저작권 상담 건수는 모두 2천58 건. 실제로 3백52 건이 계약되었고 그 액수는 3백70만 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계약 건수가 백 건이고, 계약액이 백만 달러였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세 배 이상 증가한 수치였다.주빈국 행사 기간에 열린 IT/BT 아이디어 포럼은 2005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행사를 독일과 유럽 전역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주빈국 행사는 한국과 독일이 파트너십, 즉 대화적 형식에 의해 성사되었다. 학술 행사는 크게 세 가지 주제로 나뉘었다. 분단과 통일, 평화를 주제로 한 학술 심포지엄이 있었고, 정보기술과 생명 기술을 테마로 한 학술 행사가 이어졌다. 건축과 공간의 공공성에 주목한 학술 행사도 펼쳐졌다.학술 행사는 물론 다양한 공연과 전시도 독일의 전문가 집단과 공동으로 기획했다. 현지의 문화 기획자들에게 작품 및 작가, 예술가들을 선정하게 하는 등 상당한 결정권을 부여함으로써, 낯가림이 심한 독일과 유럽에 한국 문화가 그 내부로 스며들게 했다.대화와 스밈이라는 전략이 독일 사람들의 자발성을 끌어냈다. 독일 전문가들과 손을 잡은 대화적 형식은, 대개 자국에서 일방적으로 행사를 준비해, 메세 기간에 일방적으로 펼쳐 보였던 역대 주빈국의 경우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었다. 파트너 쉽의 효과는 작지 않았다. 짧은 준비 기간에 행사장을 확보할 수 있었고, 대관료, 기획/홍보비, 일부 체제비 등에서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메세, 문학의 집, 알데오퍼, 무종트롬, 쿤스트 페어라인, 수많은 극장과 전시장, 서점, 거리에서 일주일 동안 울려퍼졌던 한국 문화의 교향악이 막을 내렸다.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열린 메세에서 지하철로 세 정거장 거리에 위치한 그뤼네부르크 공원. 이곳에 역대 주빈국들과는 또 다른 기념물을 남겼다. 주빈국 행사가 열리는 일주일 동안 모든 행사를 불꽃놀이처럼 소진했던 전례와 달리, 한국은 2005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행사에 대한 기억의 랜드 마크로서, 그리고 한국과 독일의 지속적인 문화 교류의 작은 플랫폼으로서, 이곳에 ‘한국의 정원’을 조성해 프랑크푸르트 시민들에게 선물한 것이다.한국의 정원은 중국 정원과 달리 사방으로 트여 있고, 또 일본의 정원과 달리 인공적이지 않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행사가 한국 문화가 세계 속으로 진입하는 입장권이었다면, 한국의 정원은 한국 문화가 세계 문화와 앞으로도 계속 대화하고 서로 스며들어 공존해야 한다는 지속의 의지를 담고 있다.프랑크푸르트 그뤼네부르크 공원에 매화 향기가 퍼질 즈음, 두 개의 연못에 연꽃이 피어날 즈음이면, 그리하여 누각과 정자에서 한국과 독일이 책을 사이에 놓고 만날 즈음이면, 독일사람들에게 한국 문학과 출판은 그렇게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때쯤이면 유럽 사람들에게 한국 문화는 먼데서 온 손님이 아니라 반가운 친구가 되어 있을 것이다.2005 프랑크푸르트 주빈국 행사, 엔터 코리아. 한국 문화는 유럽에 뒤늦게 도착했지만, 그것은 새로운 출발이었다. 책은 대화이고 스밈이고 연대이기 때문이다. 책은 동시대 야만에 대한 가장 정련된 항의이며, 인간의 인간다움을 옹호하는 가장 적극적인 옹호이기 때문이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한국 문학과 출판은 다시 태어났다.By SungHo, Mun,onbook.tv Producer
출 처 : 2005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행사 동영상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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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 행사
2005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 행사
“엔터 코리아”
엔터, 코리아. 코리아가 세계를 초대하고, 세계가 코리아를 초청했다. 한국이 책을 들고 유럽의 한복판으로 입장했다. 대륙간 문명이 만나 활발하게 교류하는 문화 올림픽,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한국을 명예로운 손님으로 초청한 것이다. 2005년 10월18일, 유럽의 관문, 프랑크푸르트 한복판에 엔터 코리아 깃발이 펄럭이기 시작했다.
한국 문화는 유럽에 뒤늦게 도착했지만, 그것은 새로운 출발이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한국은 독일과 유럽, 세계와 손을 맞잡았다. 한국은 더 이상 멀고 낯선 타자가 아니었다. 한국은 독일이 아니라 독일 문화의 내면으로 스며들었다.
유럽에게 한국은 지구의 반대 켠, 극동의 미지의 나라였다. 중국, 일본과 구분되지 않는 극동의 낯선 나라였다. 분단과 통일을 경험한 독일 사람들에게 한국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분단국이라는 이미지였다.
한국이 정치적 민주화에 이어 경제적으로 부흥한 신흥 공업국가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도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금속활자를 개발했고, 고유한 문자가 있으며, 중국, 일본과 다른 독자적인 전통문화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하지만 독일 사람들은 지구 반대 켠에서 온 손님을 맞기 위해 가슴을 활짝 열었다. 지난 3월부터 독일 전역을 순회한 한국 작가들을 따뜻하게 맞이했다.
10월18일 저녁, 알테 오퍼 대극장. 도서전 개막을 알리는 ‘책을 위한 진연’이 펼쳐졌다. 1795년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한 연회는 한 권의 책이 태어나기까지의 고통스런 과정을 화려한 의상과 찬란한 색채, 그리고 장엄한 분위기 속에서 재현했다. 책을 위한 진연은 한국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행사에 바치는 헌사였다.
독일 사람들은 기꺼이 감격했다. 마지막 분단국가, 신흥공업국가에 이어 IT강국, 월드컵 열기가 한국의 전부라고 알고 있던 독일 사람들은 ‘원더풀 코리아’라며 박수를 보냈다. 첨단 정보통신 기술로 연출한 주빈국관의 모던한 이미지에 주목하던 독일 사람들은 ‘한국 문화는 캐면 캘수록 새로운 것이 나온다’ 라며 탄성을 자아냈다. 독일 언론은 ‘지금까지 이렇게 흥미로 왔던 주빈국 행사는 없었다’라며 커다란 관심을 보였다.
주빈국 행사 스물아홉 개는 대부분 모던 이미지와 전통 이미지를 겹치게 했다. 동양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는 독일 사람들에게 한국 문화의 깊이와 넓이를 피부로 느끼게 하자는 기획 의도였다. 이번 주빈국 행사는 일방적인 한국 알리기 행사가 아니었다. 한국 작가들이 독일 전역을 돌며 독일인들과 만나는 동안, 독일 기자들은 한국을 방문해 한국 문학과 출판의 현장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주빈국관은 전시장의 중심부에 자리 잡았다. 주빈국관 중앙에는 고인돌이 우뚝 서 있고, 고인돌에는 곳곳에는 책이 놓여 있다. 종이책 옆에는 유-북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어, 핸드폰으로 다운로드를 받을 수 있다. 고인돌이라는 역사성과 유-북이라는 첨단 과학기술이 한 공간에서 공존하는 것이다. 주빈국관은 성공적이었다. 관람객들은 유-북을 직접 체험하면서, 디지털 시대 책의 미래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섰다.
직지에서 첨단 정보통신 기술에 이르는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의 역사는 한반도와 한국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었다. 이 화려하고 풍족한 문맹의 시대, 한국은 프랑크푸르트 책의 제전을 통해 세계와 만나고 미래와 만나고자 했다. 책의 제전은 잉여나 사치가 아니다. 한국은 책을 통해, 디지털과 만나는 책의 미래를 통해, 인간이 인간으로서 품위를 지킬 수 있는 보다 나은 세계를 모색하고자 한 것이다.
한국 출판문화의 유산을 전시한 ‘한국 출판의 역사-메모리의 나이테’ 코너--. 한국의 인쇄 출판의 역사는 상당수가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직지심경요체, 팔만대장경,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훈민정음. 관람객들과 언론들은 한국의 출판문화의 유구함과 그 우수성과 마주치면서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관람객들의 동선은 외국에서 번역 출간된 문학 작품 등 한국 출판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린 ‘오늘의 책’ 코너, 한국의 대표 작가 12인의 전신사진을 세운 ‘작가의 벽’ 으로 이어졌다. 관람객들은 메세 포럼관 2층 2천5백 평방미터에 마련된 주빈국관을 한바퀴 돌며 한국 문화의 어제와 오늘을 돌아보고, 책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었다. 주빈국관은 문명을 충돌과 갈등이 아니라 대화와 교류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기본 정신을 새롭게 해석한 뜻 깊은 만남의 자리였다.
세계 각국의 언론은 물론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로부터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역시 유비쿼터스 북스였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종이책과 멀티미디어 신환경의 결합에 대한 시도가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이 같은 맥락에서 우리만의 독특한 유-북의 철학적, 기술적 가능성을 분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신개념의 책 프로젝트는 미래를 앞당기고자 하는 주빈국 한국의 차별성을 과시한 엔터 코리아의 핵심 프로그램이었다.
주빈국 행사의 또 다른 중심은 한국의 작가 60여 명이 지난 3월부터 독일 전역을 돌며 자신의 작품을 낭독한 리테라 투어였다. 3월 라이르치히와 그 일대를 시작으로 4월에는 쾰른과 그 일대, 5월에는 함부르크와 그 일대를 거쳐 6월에는 뮌헨 지역을 돌았고, 9월 베를린에 머물렀다가 10월 프랑크푸르트로 입성했다.
한국의 작가, 한국의 문학은 특수한 것이었다. 한국 문학은 19세기 후반 이후 세계사적 모순이 끊임없이 폭발한 한반도의 문학이었다. 한국의 작가들은 지난 한 세기 동안 한국인들을 삶의 극지로 내몰았던 ‘슬픈 근대’를 치열한 작가 정신으로 끌어안아 왔다. 망국, 식민지, 전쟁, 분단, 산업화, 민주화 투쟁으로 이어져온 한국의 근현대사는 특수한 것이면서 동시에 세계사가 깊숙하게 개입된 보편적인 것이었다.
62명의 한국 작가들이 독일 독자들과 만났다. 독일 사람들은 한국 작가들의 육성에 귀기울였다. 역사에 주눅 들지 않은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상상력에 대한 독일 독자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독일 언론들은 7개월 동안 진행된 리테라 투어에 대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신선한 충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주빈국 행사에 대한 성공적 평가와 더불어 유럽 언론이 한국 작가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한 것은 당연하고 또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한국 작가들이 유럽 언론과 60회 이상 인터뷰를 가졌고, 역대 주빈국 행사 최초로 작가 황석영씨가 독일 ZDF 텔레비전과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고은 시인이 출연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대한 독일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DTV 출판사와 같은 독일의 메이저 출판사는 물론 미국의 세계적 출판사 하코트까지 한국의 책을 향해 러브 콜을 보냈다. 괴테와 귄터 그라스의 나라에서 한국 문학이 자기 존재를 알린 것이다.
국내 백13개 출판사가 참가한 한국관 또한 전례 없이 활기찼다. 주빈국 행사 기간 동안 한국관에서 이루어진 저작권 상담 건수는 모두 2천58 건. 실제로 3백52 건이 계약되었고 그 액수는 3백70만 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계약 건수가 백 건이고, 계약액이 백만 달러였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세 배 이상 증가한 수치였다.
주빈국 행사 기간에 열린 IT/BT 아이디어 포럼은 2005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행사를 독일과 유럽 전역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주빈국 행사는 한국과 독일이 파트너십, 즉 대화적 형식에 의해 성사되었다. 학술 행사는 크게 세 가지 주제로 나뉘었다. 분단과 통일, 평화를 주제로 한 학술 심포지엄이 있었고, 정보기술과 생명 기술을 테마로 한 학술 행사가 이어졌다. 건축과 공간의 공공성에 주목한 학술 행사도 펼쳐졌다.
학술 행사는 물론 다양한 공연과 전시도 독일의 전문가 집단과 공동으로 기획했다. 현지의 문화 기획자들에게 작품 및 작가, 예술가들을 선정하게 하는 등 상당한 결정권을 부여함으로써, 낯가림이 심한 독일과 유럽에 한국 문화가 그 내부로 스며들게 했다.
대화와 스밈이라는 전략이 독일 사람들의 자발성을 끌어냈다. 독일 전문가들과 손을 잡은 대화적 형식은, 대개 자국에서 일방적으로 행사를 준비해, 메세 기간에 일방적으로 펼쳐 보였던 역대 주빈국의 경우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었다. 파트너 쉽의 효과는 작지 않았다. 짧은 준비 기간에 행사장을 확보할 수 있었고, 대관료, 기획/홍보비, 일부 체제비 등에서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
메세, 문학의 집, 알데오퍼, 무종트롬, 쿤스트 페어라인, 수많은 극장과 전시장, 서점, 거리에서 일주일 동안 울려퍼졌던 한국 문화의 교향악이 막을 내렸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열린 메세에서 지하철로 세 정거장 거리에 위치한 그뤼네부르크 공원. 이곳에 역대 주빈국들과는 또 다른 기념물을 남겼다. 주빈국 행사가 열리는 일주일 동안 모든 행사를 불꽃놀이처럼 소진했던 전례와 달리, 한국은 2005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행사에 대한 기억의 랜드 마크로서, 그리고 한국과 독일의 지속적인 문화 교류의 작은 플랫폼으로서, 이곳에 ‘한국의 정원’을 조성해 프랑크푸르트 시민들에게 선물한 것이다.
한국의 정원은 중국 정원과 달리 사방으로 트여 있고, 또 일본의 정원과 달리 인공적이지 않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행사가 한국 문화가 세계 속으로 진입하는 입장권이었다면, 한국의 정원은 한국 문화가 세계 문화와 앞으로도 계속 대화하고 서로 스며들어 공존해야 한다는 지속의 의지를 담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그뤼네부르크 공원에 매화 향기가 퍼질 즈음, 두 개의 연못에 연꽃이 피어날 즈음이면, 그리하여 누각과 정자에서 한국과 독일이 책을 사이에 놓고 만날 즈음이면, 독일사람들에게 한국 문학과 출판은 그렇게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때쯤이면 유럽 사람들에게 한국 문화는 먼데서 온 손님이 아니라 반가운 친구가 되어 있을 것이다.
2005 프랑크푸르트 주빈국 행사, 엔터 코리아. 한국 문화는 유럽에 뒤늦게 도착했지만, 그것은 새로운 출발이었다. 책은 대화이고 스밈이고 연대이기 때문이다. 책은 동시대 야만에 대한 가장 정련된 항의이며, 인간의 인간다움을 옹호하는 가장 적극적인 옹호이기 때문이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한국 문학과 출판은 다시 태어났다.
By SungHo, Mun, onbook.tv Producer
출 처 : 2005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행사 동영상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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