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향생각 / 정완영
쓰르라미 매운 울음이 다 흘러간 극락산(極樂山) 위 내 고향 하늘 빛은 열무김치 서러운 맛 지금도 등 뒤에 걸려 사윌 줄을 모르네. 동구밖 키 큰 장승 십리벌을 다스리고 푸수풀 깊은 골에 시절 잊은 물레방아 추풍령 드리운 낙조에 한 폭 그림이던 곳. 소년은 풀빛을 끌고 세월 속을 갔건만은 버들피리 언덕 위에 두고온 마음 하나 올해도 차마 못 잊어 봄을 울고 갔더란다. 오솔길 갑사댕기 서러워도 달은 뜨네 꽃가마 울고 넘은 서낭당 제 철이면 생각다 생각다 못해 물이 들던 도라지꽃. 가난도 길이 들면 양처럼 어질더라 어머님 곱게 나순 물레줄에 피가 감겨 청산 속 감감히 묻혀 등불처럼 가신 사랑. 뿌리고 거두어도 가시잖은 억만 시름 고래등 같은 집도 다락 같은 소도 없이 아버님 탄식을 위해 먼 들녘은 비었더라. 빙그르 돌고 보면 인생은 회전목마 한 목청 뻐꾸기에 고개 돌린 외 사슴아 내 죽어 내 묻힐 땅이 구름 밖에 저문다. 서론 시조는 가급적 말을 적게 해야 한다, 쓰잘 때 없는 조사는 버려야 하고 연상되는 것도 남용이니 버려야 한다. 주체나 강조가 아니면 동의어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단시조에 담을 수 없는 사람들은 연시조를 선호하나 시조라면 어디까지다 단시조다. 바늘구멍서 황소바람이 나오는 것 처럼 시조 또한 그리 되어야 한다. 6연으로 된 고향생각을 1연만 살펴보기로 한다. 촌평 쓰르라미 매운 울음이 다 흘러간 극락산(極樂山) 위 내 고향 하늘 빛은 열무김치 서러운 맛 지금도 등 뒤에 걸려 사윌 줄을 모르네. 산이라면 연상도는 것은 높다인대, 구태여 극락산위라 할 필요는 없다. 물론 강조하고자 극락산위라 할 수 있다. 허나 극락산위라 하는 것 보다 극란산에 라고 하는 것이 흐름상 좋다(중장으로 넘어 가는 것) 시조는 흐름이다. 흐름에 방해가 되는 것은 버려야 한다. 시조에는 흙 냄새나 풀 냄새 등 자연냄새가 있어야지, 인위적으로 조작한 역겨운 향수 냄새가 나서는 안 된다. 내 고향 하늘 빛은 열무김치 서러운 맛 내 고향 하늘 빛에서 연상되는 것은 열무김치 서러운 맛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고정관념을 깨트리지 말라는 법은 없다. 오히려 독자의 뇌리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고정관념을 깨트러 버리고, 새로운 맛을 제공해 주는 사람이야 말로 시인이라 하겠다. 허나 고정관념을 깨트려 버리려면 거기에 합당한 이유가 반듯이 있어야 한다. 물론 합당한 이유를 판단하는 주체는 작자가 아닌 독자이어야한다. 내 고향 하늘 빛은 열무김치 정겨운 맛이라 하지 않고 내 고향 하늘 빛은 열무김치 서러운 맛과 같이 고정관념을 깨트렸다면 마땅히 작자가 책임져야 하는데 책임지지 않았다. 시조가 응축이라 하여 당연히 들어가야 하는 것 마저 빠트려서는 안 된다. 반전시킬 능력이 없으면 열무김치 서러운 맛보다 열무김치 정겨운 맛이라 해야 옳았다. 기예는 기예다워야 기예다. 어쭙잖게 기예를 부리면 기교도 되지 못한다. 용을 그리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뱀을 그리는 것이 옳다. 평자는 1연을 지나 다음 연을 건성으로 흩어보다가 주의력이 산만해지더니 결국 7연까지 가지 못하고 가던 길로 가고 말았다. 수다스러울 정도로 잡다하면 듣는 둥 마는 둥 새겨듣지 않는다. 시조 또한 같다. 독자를 끝까지 유도하거나 마법을 걸 능력이 없다면 연시조는 삼가하는 것이 좋다. 세 살 짜리가 험준한 산맥을 한 구비도 넘지 못하는 것처럼, 연시조는 누구나 쓸 수 있을 정도로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기에 하는 말이다. 능력이 닿지 않으면 작자나 독자를 위해서나 단시조를 짓는 것이 옳다 자유시에 비해 현대시조는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다. 그것은 자수율을 정복하지 못하고 구속된 결과다. 자수율을 정복하지 못한 사람이나, 격을 높이려 드는 사람들(작품이 좋고 나쁨은 작자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작품은 마치 낱말퍼즐게임 같다. 낱말퍼즐게임 같은 작품은 시조의 생명인 흐름을 앗아간다. 상기 작품도 흐름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도처에 널려 있다 서러운 맛(1연 중장 4음보) 물레방아(2연 중장 4음보) 마음 하나(3연 중장 4음보) 도라지꽃(4연 종장 4음보) 가신 사랑(5연 종장 4음보) 억만 시름(6연 초장 4음보) 회전목마(7연 초장 4음보)가 2음보에 놓여졌다면 몰라도, 4음보에 있어서는 안 된다. 4음보에 있으므로서 마디가 되어 전개와 흐름을 끊어버렸다. 초장 4음보는 중장을 연결하는 고리고, 중장 4음보는 종장을 연결하는 고리다. 특히 화룡점정과 같은 종장 4음보서는 특히 사용해서는 안 된다. 다만 단어로 밖에 역활하지 못한 것이 4음보를 차지함으로써 무성의를 느꼈고 흐름에 걸림돌이 되니 문맥은 절름발이가 되고 말았다. 고시조에는 매정하게 흐름을 탁탁 끊어 버리는 경향은 없다. 평자가 지적한 것에 대해 이해를 돕고자 이호우의 달밤을 게재하니 비교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하겠다. 정완영의 고향생각은 그와 유사한 이호우의 달밤보다 짜임새도 없고 흐름도 자연스럽지 못하다. 달밤 / 이호우 낙동강 빈 나루에 달빛이 푸릅니다 무엔지 그리운 밤 지향없이 가고파서 흐르는 금빛 노을에 배를 맡겨 봅니다. 낯익은 풍경이되 달 아래 고쳐보니 돌아올 기약 없는 먼길이나 떠나온 듯 뒤지는 들과 산들이 돌아 돌아 뵙니다. 아득히 그림 속에 정화(淨化)된 초가집들 할머니 조웅전(趙雄傳)에 잠들던 그날 밤도 할버진 율(律) 지으시고 달이 밝았더니다. 미움도 더러움도 아름다운 사랑으로 온 세상 쉬는 숨결 한 갈래로 맑습니다. 차라리 외로울망정 이 밤 더디 새소서. * 초가집. 그날 밤 보다 초가집들, 그날 밤도가 자연스럽다. 정완영은 초가집, 그날 밤과 같이 한 격이라 매끄럽지 못하다. 출처 : http://www.sijoworld.com/famouse_sijo/myungsijo18.htm 지나가다~: 사월이 아니라 [사윌]입니다. 사윌=사위다=ꂿ 불이 사그라져서 재가 되다. -[10/20-08:16]- 검정삿갓: 감사합니다. 네이버서 검색되었습니다 사위다 : 불이 다 타서 재가 되다. ¶ 바람이 심해 숯불이 쉬 사위었다. 사윌은 상용어라 할 수 없습니다. 주석을 달아 주었다면 구태여 수고하지 않아도 되었는데........ -[10/20]- 지나가다: 검정삿갓님이 말씀 하시는 이론중 시조는 비유여야 한다면 [사윌]이 상용어가 아니더라도 비유로 생각해 보심이... -[10/25-13:49]- 검정삿갓: 비유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일단 말 뜻을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현대시조에는 비유가 없습니다. 현대시조가 시조냐 아니냐는 접어두고, 현대시조는 자유시로 간주해도 글 장난이지 작품이라 할 수 없습니다.-[10/25-19:23]- 
|
| 
|
 중앙시조대상 13회 / 유재영 |
 중앙시조대상 12회 / 윤금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