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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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사에 가다.
“ 없어요 “ 총무보살이 매정하게 뱉는다. 비가 온다. 그제도 왔고, 어제도 왔고, 내일도 모래도 올 것이다. 오늘은 비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비는 비나 가랑비다. “ 내가 죄 지었냐? 징역살이하게.....” 딱히 오라는 곳은 없지만 갈 곳은 많을 것 같다. 발길 닫는 곳이 가야 할 곳이리라. 가자! 가차를 타고 가자! 시트에 지긋이 기대어 몰아치는 빗줄기를 보며 아늑함을 즐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던가. 더구나, 서리 낀 차창에 사랑스러운 얼굴을 그리며 음미하는 감미로움을 어찌 마다 할 손가! 가자! “ 님 만나러 가구마 ” 이른 시간이라 진위사 공양간보살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 삥아리 동생 한 마리 “ 계란후라이 얻어먹고 나섰다. 그러나 딱히 갈 곳이 떠오르지 않는다. 또 묘적사에 놀러 가까나! “ 인간아 잠 좀 자자. 니는 잠도 없냐< ” 혼자 가기도 뭐하고 해서 친구 놈들에게 전화했더니. 즈그들 끼리 짰는가 대답이 같다. 오산터미널서 서성이다 동서울행 버스에 몸을 싫었다. 용문사나 가까나? 용문에 도착하니 식당차에 타라며 호객하는 온양의 풍속화가 이곳에도 걸려 있었다. 은행나무식당차에 승차하였다. 용문사서 점심을 먹을 수 있으나 용문사 입구까지 식당차를 이용하지 않았던가 그냥 가기에는 찔린다. 점심이 이르지만 더덕정식을 시켰다. 그러나 이거야 낭패다. 나는 항상 늘 이렇다. 짜증난다. “ 더덕 싸주십시오 “ 어금니가 신통찮아 공사하는 김에 시원찮을 것 같은 어금니까지 발치하니 오른쪽 어금니가 없다. 왼쪽도 시원찮아 더덕을 씹을 수 없다. 어릴 적처럼 이빨 나기를 기다리는 우매함을 탓하기보다. 다급해야 움직이는 우유부단함을 탓하는 것이 옳으리라. 된장찌개로 먹는 둥 마는 둥....... 택시비 만원은 절약했지만 어쩐지 손해 본 것 같다. 더덕 봉투를 쥐고 나오니 이거야 비가 온다. 전철선반에 우산을 놓고 왔다. 마트사장이 오래간만이라며 우산과 우유 값을 깎아 주고, 매표소 선묵거사가 전동차로 데려다 주어 빗길을 걷는 수고는 덜었다. 용문사는 신도들로 인산인해다. 도선사서 주체한 순례법회에 전국에서 신도들이 6,000여 명이 왔다 한다. 신도를 맞이하는 용문사주지호산스님께서 인사드리니 환한 얼굴로 안부를 묻는다. 용문사에 처사로 있을 때 신도와 크게 다투고 사무장에게 하산한다 하였는데, 밤 10시경 출타하고 돌아오신 호산스님께서 이유를 물으시기에 거짓으로 수술관계라 말씀드리니 회복하고 오라하셨다. 지금은 스님도 알고 계시지만 송구스러운 마음 금할 길 없다. 법당마다 줄을 선 신도와 대형천막으로 인해 그야말로 발 딛을 곳이 없다. 더덕 봉다리를 공양간에 던져 주며 묘적사도 왔느냐 물으니 당연히 모른다. 종무소도 모른다. ” 나가 노라라 ” 묘적사에 알아 보려고 전화 하니 사무장이 바쁘다며 ” 나가 노라라 ” 한다. 또 의자에 발 걸쳐놓고 바닥에 누워 발가락 까딱거리며 전화로 수다 따먹기 하는 것 같다. 전국 각지서 온 신도는 점심공양을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묘적사 신도라면 공양간에서 공양하게 할 수 있다. 과일 내오라면 과일도 줄 것이다. 하루에 한 번씩은 아니고, 달이면 달마다 공양간보살에게 회식시켜 준 보람을 묘적사신도에게 과시도 하고, 소문 좀 내라 하려 했는데....... 우쒸! 아무도 안 왔다. 떨떠름하다. 맛이 없다. 제월스님께서 연거푸 차를 따라 주신다. 인사차 들렸더니 권하는 차를 마다 할 수 없었다. 한 잔이면 족한데 잔이 비면 또 따르신다. 점점 올챙이배가 되어간다. 도망갈 궁리를 하고 있는데 마침 탬플보살이 들어와서 찻방을 빠져 나왔다. 만시! 만시! 만만시다! “ 없어요 “ 총무보살이 매정하게 뱉는다. 왜 없냐고 따지니 “ 그런 여자가 이 세상에 어디 있어욧 ” 한다. 우쒸! 공양간보살과 고기 사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안면몰수다. 이럴 수는 없다. 나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럴 수 없다는 말이다. 얻어 묵었으면 얻어 묵은 값을 해야지. 여자란 참으로 이상한 동물이다. 고기 사주면서 여자 한 마리 소개시켜 달라했을 때는 소개시켜 줄 것 같더니...... 무리한 것 요구한 것도 아니다 뭘~ 예쁘고, 잘빠지고, 인간성 좋고, 목소리 이쁘고, 애교 있고, 목 가늘고, 손목 가늘고, 손가락 가늘고, 허리 가늘고, 발목 가는 여자면 된다 했다. 옛날에 비하면 수준 많이 낮아진 거다 암! 총무보살 반응이 신통찮아 선택의 폭을 넓혀 주었다. 못생겨도 좋다. 돈 많고 명 짧은 여자. 열흘 쯤 지나서 공양간보살에게 총무보살이 짜증내더라 툴툴 거렸더니, “ 바빠 죽겠는데 수고한다는 말도 없이 여자 이야기냐며 " 하더라 한다. 하기사! 기와불사하러 온 신도로 인해 기와보살과 총무보살 눈코 뜰 새 없었다. 그러나, 나는 더 바쁘다 뭘~ 얼라 맹글어야 한다 뭘~ 선묵거사와 반주를 곁들여 인근 식당서 저녁을 먹고 용문역에 도착하니 비가 내린다. 또 우산 놓고 왔다. 또 샀다. 비가 많이 온다. 내가 죄 지었냐? 비 맞고 가게...... 모텔로 기들어 갔다. 다음 날 오전에 오산에 도착하니 비가 온다. 또 우산을 모텔에 놓고 왔다. 또 샀다. 이놈의 비가 오락가락하니 똑똑한 나도 어쩔 수 없다. 묘적사 처사님! 조수대 시트 구석이나 뒤 자리 구석에 있는 우산 제 껍니다. 덕소역에서 새로 산 거구마! 잘 좀 챙겨주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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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촌 |
 가는 곳마다 찍히다 (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