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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열차는 낡아서, 달리기 싫어서, 달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산천을 넘어 달리고 싶은 것이 비단 열차뿐이랴. 가벼운 마음으로 나들이 가는 승객들도 달리고 싶어한다. 토지와 싯귀의 특성에는 공통점이 있다. 부증성이 그렇고, 소멸시효(消滅時效) 대상이 되지 않는 소유권의 항구성(恒久性)도 같다. 토지는 매매나 증여등 양도가 가능하지만, 싯귀는 불가능하기에 시를 쓰는 사람은 고뇌와 어깨동무하지 않으면 안 된다. 피땀 흘려 황무지를 개간하고 공시하면 우체부는 한 통의 우편물을 건네준다. 대리인(제3자)으로 부터 점유물방해제거청구권이(표절) 행사된 것이다. 항변권은 있을 수 없다. 앞선 이가 선점한 탐욕스러운 싯귀는 실용신안도 허용되지 않기에 점차 입지는 좁아져만 간다. 꽃이 피는 듯 지다는 싯귀를 누군가 선점했다면, 꽃이 피는 듯 지다 는 물론 사용하지 못한다. 지는 듯 꽃이 피다 잎이 피는 듯 지다 지는 듯 잎이 피다 등등. 꽃이 피는 듯 지다와 유사한 것은 어디서 들어봄직한 것이라고 치부 당한다. 시를 쓰는 사람은 탐할지라도 결코 절도하지 않기에 도둑놈이라고 손가락질 받는 이의 상처는 결코 작다할 수 없다. 이 시각도 무주물(無主物)을 습득하기 위해 먼길을 떠나는 이들에게 명색뿐인 어르신네들은 무엇을 어떻게 도와 줄 것인가? 과연 詩는 실용신안이 허용되지 않는가? 심히 우려할 정도로 하향 평준화 되어간다. 하향 평준화의 도도한 황토물은 기름진 땅을 황폐화 시켜 버렸다. 문단의 구들장을 뜨겁게 달구워야 할 지게꾼은 무엇에 쓰려는가, 기를 쓰고 돌을 담고 있으니 아름드리 나무가 되어야 재목감은 굳이 돌이 되려 한다. 마땅히 경계하여야 할 파수꾼도 없으니 아류는 무차별하게 양산되고 있다. 이제 독자는 붕어빵이라면 갓 구운 것도 먹으러 하지 않는다. 등단작과, 무명작을 제 아무리 견주어 봐도 암수를 선별하기 어려우니 바야흐로 독자도 병아리감별사자격증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경마꾼은 기수가 부모형제 아니라 비록 할배라 할지라도 실력이 없으면 절대 걸지 않는다. 따라지 끗발 잡고 사술로 땡을 만드는 이는 사기 노름꾼이나 검을 것을 희다하는 문단꾼 밖에 없다. 신춘문예 당선작이나 등단작 보다 심사평에 매료되는 이가 비단 나뿐이랴? 심사꾼은 평지를 주물럭거려 산맥과 골짜기를 심오하게 만들었으나 철리(哲理)는 찿아 볼 수 없다. 화가는 그림으로 음악가는 음악으로 산다. 시인은 왜 시로 살지 못하는가? 무리가 반듯이 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무리로 인해 햇볕을 쪼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과연 굽은 선로를 누가 바르게 펴 줄 것이며 선로에 놓여있는 잡다한 장해물은 누가 치워 것인가? 열차는 낡아서, 달리기 싫어서, 달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산천을 넘어 달리고 싶은 것이 비단 열차뿐이랴. 가벼운 마음으로 나들이 가는 승객들도 달리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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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조는 시조이어야 한다 / 박구하 |
 詩調의 발전을 위하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