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Ⅰ
연두색 보다 연한 손 망울
얼어붙은 알갱이 하나 하나 헤집고
조금은 들뜬 마음 살포시 내민다.
시샘하는 아지랑이가 굴절시킨 현상도
숙죄를 지고 흐르는 냇물의 무거운 걸음도
파랑에 점이 된
종다리 노래에 묻혀 버린다.
시린 손
꽃샘추위 옷자락에 비비며.....
이슬은 이슬을 머금고
이슬은 이슬과 더불어
칭얼대는 나날을 다독거린다.
Ⅱ
진초록 보다 진한 몸놀림
작열하는 뜨거움 하나 하나 보쌈고
조금은 상기된 마음 조용히 내민다.
앙칼진 폭풍우에 패여 버린 열망도
고뇌를 지고 흐르는 냇물의 섦은 걸음도
갈색에 점이 된
사랑의 열정에 묻혀 버린다.
시린 손
어둠의 옷자락에 비비며.....
낙수는 낙수를 머금고
낙수는 낙수와 더불어
울부짖는 나날을 보다듬는다
Ⅲ
연보라 보다 순한 손놀림
솜털 같은 그리움 하나 하나 추스르고
조금은 아쉬운 마음 슬며시 내민다.
망나니 된바람에 쫓겨 가는 청춘도
낙엽을 지고 흐르는 냇물의 허망한 걸음도
곤색에 점이 된
기러기 나래에 묻혀 버린다.
시린 손
서리의 옷자락에 비비며.....
낙엽은 낙엽을 머금고
낙엽은 낙엽과 더불어
식어 가는 나날을 감싸 안는다
Ⅳ
진회색 보다 둔한 몸놀림
파열하는 갈망 하나 하나 흩뿌리고
이제는 체념한 마음 한없이 숙인다.
휘날리는 눈보라에 짓밟힌 소망도
내생을 향해 흐르는 냇물의 두려운 걸음도
검정에 점이 된
십오야 밝은 달에 묻혀 버린다.
시린 손
나날의 옷자락에 비비며.....
이슬은 낙수를 머금고
낙수는 낙엽과 더불어
백설의 하이얀 관을 덮는다.
宿罪(숙죄) 前生(전생)에 지은 죄.
來生(내생) 來世(내세)에 다시 태어날 일생을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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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
소박하기에 보이지 않는 나의 작은 소망 
시냇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