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아 섧다 마라 이내 맘 같을지고
벌 나비 아니 와도 꽃 중에 꽃이로니
석삼년 시집살이는 피골상접 하더라

피골상접(皮骨相接) : 살가죽과 뼈가 맞붙을 정도로 몹시 마름. ≒ 피골상련.



2007.03.15.강노을/박영숙

강노을님 작품에는 시조다운 향은 있으나 맛이 없습니다.

도저히 시조라 할 수 없는 잡동사니만 늘상 보아 오다가 강노을님 작품을 접하니 반갑기가 그지없습니다.
그러나, 시조의 향은 있으나 맛이 없는 것이 심히 안타깝습니다.

초, 중장은 누구도 감히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합니다만.(본 작품 제외)
종장 처리를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종장은 그야말로 여의주로서 초,중장이 제아무리 뛰어나도 여의주가 없으면 승천하지 못합니다.

쟁기가 아니 갈면 호미로 가오리까
황무지 마다 말고 춘심을 배우소서

인륜을 접어두고 천륜을 얻을소냐
나랏님 쌈지 털어 삼신제 올렸거늘

상기 작품 초,중장은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대단히 훌륭합니다.
허나, 종장 처리를 못 하기에 누누이 말씀드린 바와 같이 형상은 용이나 눈이 뱀 눈인 격입니다..
종장을 제대로 처리한다면, 불후의 명작을 유감없이 생산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모란아 섧다 마라 이내 맘 같을지고
벌 나비 아니 와도 꽃 중에 꽃이로니
석삼년 시집살이는 피골상접 하더라

꽃이라면 연상되는 것이 벌과 나비입니다. 모란에게 벌 나비 아니 온다는 것은 상식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것입니다. 아무리 시조가 작자의 철학이나 사상의 분출구라 하여도(평자 주) 가치관이나 형상을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조도,  
경치나 사물을 본 채로로 모사하는 것 (写生^しゃせい)과,
사물을 있는 그대로에 묘사하는 것 (写実^しゃじつ)을 강조하는 하이쿠와 맥을 같이 한다고 봅니다만.
시조는 단 한 줄의 하이쿠와는 달리 갖가지 조화를 부릴 수 있습니다.
여기서 조화란 가치관이나 형상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자, 가치관이나 형상을 벗어날 수 없다 하고, 가치관이나 형상을 벗어날 수 있다고 한 것은 분명 모순입니다. 허나, 둘다 맞는 말입니다. 후자에 조화라는 말이 첨부되지 않았습니까?

작자가 조화를 어떻게 부리느냐에 따라 가치관이나 형상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듯이 독자가 가치관이나 형상을 이탈한 상황이 이해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즉, 상황 설명 없이 생략을 하면 독자에게 연상되는 것을 반듯이 제공해 주어야 합니다.

꽃이라면 연상되는 것이 벌과 나비입니다.
모란에 벌과 나비가 오지 않는 이유를 명기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독자 스스로가 찾을 수 있는 해답을(연상되는 것) 제공하지 않았기에 짜임새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