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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耳順)
보는 것 듣기 싫어 문 걸고 살았더니 
검정삿갓상기 작품은 어디서나 기술되어 있는 초장 3/4/3/4 중장 3/4/3/4 종장 3/5/4/3 자수에 맞기에 시조한마다에서 규정한 정형시다. 정형시란 잣대는 오직 자수밖에 없다. 음보를 내세워 정형시라 하는 것은 억지다. 詩는 희로애락 중 기쁨보다 노여움을 즐거움보다 슬픔을 편식한다. 작품이 마음에 와 닿는 것은, 기쁨이나 즐거움보다, 노여움이나 슬픔이 근거리에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상기 작품은 속된 말로 낫살이나 먹어야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쓴맛의 앙금은 항상 무겁기에 비록 약관이라 해도 감상하는데 큰 무리가 없으리라 본다. 보는 것 듣기 싫어 문 걸고 살았더니를 예 온길 십여 년에 귀까지 멀었구나로 이어 받았다. 작자는 왜 문 걸고 살았는지를 중장에서 설명을 생략하고 건너뛰었다.(중장이 초장을 받듯이 이어 받으라는 법은 없다. 종장서 작살(?) 내는 감칠 나는 맛이 있다) 초장 보는 것 듣기 싫어와 중장 귀까지 멀었다고 하였으니, 눈은 이미 멀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저자라 하면 큰 길거리에서 아침저녁으로 반찬거리를 사고 팔기 위해 서는 장이다 저자라면 연상되는 것이 '시끄럽다' '무질서하다' 등이 연상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작자는 저자라 하지 않고 저자 골이라 하였다. 왜 저자 골로 하였을까? 다만 자수를 맞추기 위한 것일까? 아니다. 자수를 맞추기 위한 것이라면 시장 터'라 해도 되는데 화자는 굳이 저자 골이라 했다. 터와 골이 내포한 의미는 다르다. 그럼 골이라면 연상되는 것은 또 무엇인가? 평자는 '쉬 빠져 나오지 못한다'가 언듯 생각난다. 무질서하고 시끌벅적한 소리가 빠져 나오지 못하니 그 소음은 과연 어느 정도 일까? 이 작품의 백미는'저자 골'이다. 잡다한 표현을 '저자 골' 단 한마디로 응축하였다. 세상이 더러워 보기 싫고 듣기 싫어 문까지 걸어 닫고 십여 년 살았기에 눈은 물론 귀까지 멀었다. 가늠해보니 저자 골에 사람들도 북적거릴 때가 되었는데 이제 작자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아침 장 때는 까치, 저녁 장 때는 까마귀 소리가 있거늘 그 소리는 묻지 않고 왜 개 짖는 소리를 들었느냐고 물었을까? 그 해답은 초장과 중장에 있다. 보기 싫고 듣기 싫어 귀까지 멀었다 하지 않았는가. 작자는 온통 검은 색으로 작품을 그렸다. 작자가 아이에게 물은 개는 십중팔구 비루먹은 개일 것이다. 장이 서면 무엇이든 얻어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주린 배 움켜쥐고 기다리던 장이 열렸다. 훔쳐먹으려다. 들켜서 발길에 채이던 막대기로 얻어맞건 얻어맞았을 터, 배고픈 것도 서러운데 매까지 얻어맞았으니 그 설움의 외마디 비명이 시끌벅적한 사람소리에 비하리! 허나 작자는 이제 그 소리도 듣지 못한다. 풍족 속의 빈곤을(작자, 또는 현 세태) 잡다하게 표현하지 않고, '저자 골 개 짖는 소리' 라고 표현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시조를 아는 사람만 가능하다. 후에 강 경우 선생님께서 저자 골의 개는 자신을 표현한 것이라하셨다. 무릇 모든 싯귀는 작자와 관계가 있는데 놓친 것이 부끄럽다. -[05/16]-
감자바위: 졸작,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죄송! -[07/03-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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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안거(草安居) |
 휘영청 밝은 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