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평
가느니 구름이요 지느니 벚꽃이라
첫날 밤 창 밝히던 저 달빛 바라보네
아마도 변치 않을 손 너 뿐인가 하노라
작자가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영구불멸의 것이다. 사기꾼이 사기꾼을 등 처먹는 세상에서 누구나 바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수더분한 이웃과 더불어 살아 온 세대는 그것이 더욱 간절할 것이기에, 평자도 이웃의 개념을 쉬 바꾸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상종하고 싶지도 않은 현 세월이, 소중하게 간직한 것들을 갈취하니. 갈취 당한 자리가 마냥 썰렁해 진다. 화가는 보이는 것만 화폭에 담지만, 시인은 보이지 않는 것도 담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능력에 따라 졸시와 명시으로 나누어지는 것이다.
무릇 오감으로 느끼는 것은 말이든 글이든 표현하기가 상당히 쉽다. 어린아이도 표현할 수 있는 오감에 의한 것은 시가 아니다. 육감보다 상석에 앉아 있는 격정(激情)으로 써야 한다. 그럼 격정은 무엇인가? 그것은 사상이요. 자신만이 농축한 체험일 것이다. 전자와 후자는 같게 보이나, 유심론과 유물론처럼 엄청난 차이가 있다. 각설하고 중요한 것은 시인은 반듯이 암기해야 할 구구단이 있으니, 그것은 "머리로 쓰지 말고 마음으로 써라"다. 나도 그러 하지만 시인들은 곧잘 구구단을 잊어버리고 하나하나 세고들 있다.
드리는 말씀
독자로서 작품 평을 하고자 했으나, 창 밖에 심근 매화 풍상이 섞어칠제 작품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하여, 평소 시조에 대한 저의 생각으로 대신함을 용서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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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의 꽃샘추위 바람도 울고가니 
연산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