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그리 슬프관대 두견이 울어 쌌노
에이는 가락들을 봉지에 지어다가
영 못올 님의 문전에 부쳐 볼까 하노라

뭐 그리 슬프관대 두견이 울어 쌌노
에이는 가락들을 봉지에 지어다가
영 못올 님의 문전에 부쳐 볼까 하노라


촌평에 앞서
동질감의 형성이 어렵다. 나의 졸작도 어제와 오늘의 느낌이 판이하게 다르다. 자신의 졸작도 동질감을 형성하지 못한 주제에, 타인 작품서 이질감을 느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하겠다. 어제는 만족스럽던 자신의 졸작이 오늘은 별종으로 느끼게 만드는 괴리는 과연 어디서 오는 것일까? 나의 입장에서 본다면, 수 년전 졸작도 퇴고를 강요하므로 어제와 오늘의 동질감의 이완은 감정의 기복이라 할 수 없다. 다만 완성되지 않았을 따름이다. 빈번하게 행하여지는 퇴고는 "저 세상에도 완성된 시는 없다"라는 사생아를 난산하고 말았다.

임종찬 부산대교수는 "해석이 모호한 경우나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불투명한 고시조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였다. 선조의 시조는 백에 백 사람이 봐도 느끼는 것은 하나이기에, 감히 그의 말에 토를 달수 없다고 본다. 현대시조는 객관성이 결여되었기에 사람마다 느낌이 달라 일관성 있는 핵심을 도출해 내지 못한다. 그것이 현대시조의 맹점이며 독자에게 천대받는 요인이므로 반듯이 풀어야 할 숙제다.

현대시조는, 산도 담고, 강도 담고, 나무도 담고, 날아가는 까마귀도 담는 등, 시야에 보이는 것이라면 무조건 다 담지만, 고시조는, 나무면 나무, 산이면 산, 강이면 강, 까마귀면 까마귀를 담는다. 현대시조는 고시조와는 달리 너무 많은 것이 담겨있기에 작품을 접하는 사람마다 보는 사물이 틀릴 수밖에 없다. 시조는 느낌에 있어 주관적이고 포괄적인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시조는 객관적이고 극히 단순해야한다. 시조는 현대시조가 생산한 최대공약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드리는 말씀
상기 글로 안빈선생님 작품 평을 대신하오니 양해바랍니다.
한가지 꼬집으라면, 뭐 그리 슬프관대 두견이 울어 쌌노 입니다. "두견이" 특징을 단적으로 표현하라면 "슬픔"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두견이가 "슬픔"으로 표출되어 있는데 구태여 "뭐 그리 슬프관대"는 필요 없다 봅니다.
시조는 자유시와는 달리 수식어를 수용할 공간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뭐 그리 슬프관대 두견이 울어 쌌노 를 석자로 줄인다면 두견이로 줄일 수 있다고 봅니다.

"해석이 모호한 경우나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불투명한 고시조는 존재하지 않았다"
다시 한번 남겨두고 갑니다.
건필하소서

추신
안빈선생님께 드리는 게시물과 인빈선생님께서 주신 답장을 까치소리 방에 옮겼습니다.
시조는 궁서가 제 격이라 글씨체를 궁서로 변경하였음을 양해바랍니다.
일전 없어진 작품을 다듬질하면 걸작이 탄생하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앞섭니다. 다시 한번 올려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