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에 고개 넘어 지명에 이르러서
불혹에 고개 넘어 지명에 이르러서
이순을 넘봐도 앞선 이 아니 뵌다
그 님도 나와 같고 야 아니 쉬고 가셨도다
저 길손 더듬어도 명월아 인심 마라
세상 사 아니 뵐 때 나서는 길인 것을
두엇다 북망산천 길 쉬이 가게 하여라
앞산에 해가 뜨면 밭에서 김을 메고
뒷산서 달이 뜨면 안방서 정을 메고
두어라 머루 다래는 절로절로 익으리
임보: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詩 사랑방에서 퍼옴. 퍼온 이 : 검정삿갓)
몇 군데 바른 표기와 더불어 소견을 말씀 드립니다.
1-1의 '불혹에'는 '불혹의'가 바른 표기입니다.
1-3의 '그 님도'는 '님들도'가 어떨까요?
2-1의 '인심 마라'는 '밝지 마라'가 어떨까요?
2-3의 '두엇다'의 바른 표기는 '두었다'
3-1의 '메고'와 3-2의 '메고'는 다 '매고'가 좋겠습니다. -[12/16-10:20]-
검정삿갓
1-1의 '불혹에'는 '불혹의'가 바른 표기입니다. (말씀드리겠습니다)
1-3의 '그 님도'는 '님들도'가 어떨까요? (말씀드리겠습니다)
2-1의 '인심 마라'는 '밝지 마라'가 어떨까요? (말씀드리겠습니다)
2-3의 '두엇다'의 바른 표기는 '두었다' (수정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3-1의 '메고'와 3-2의 '메고'는 다 '매고'가 좋겠습니다. (수정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시마을에서 식객노릇한지도 상당한데, 얼마 전에야 임보 교수님 거소인 詩사랑방을 알게됨이 부끄럽습니다. 시답잖은 작품이건만 교수님께서 시간을 할애하여 주시 와, 가르침을 주시니 무어라 감사에 말씀 올려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작자로써, 시조를(해당 작품) 쓰게된 배경을 말씀드리고, 임보 교수님께서 지적하신 사항에 대해 작자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을(?) 사용하고자 하오니, 설령 임보 교수님의 가르침과 충돌하거나, 행여 문장에 결례가 있더라도 혜량바랍니다.
불혹에 고개 넘어 지명에 이르러서
이순을 넘봐도 앞선 이 아니 뵌다
그 님도 나와 같고 야 아니 쉬고 가셨도다
'불혹에'는 '불혹의'가 바른 표기입니다.
앞서, 무어라 감사에 말씀 올려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였는데, 감사에 말씀이 맞는지, 감사의 말씀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각설하옵고 시조를 지음에 있어 조사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조사를 사용함에 있어, 문법을 따라야 할지 조사에 의한 압축의 묘미를 살려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조사에 의한 압축의 묘미란 생략한 전말을 조사로 압축을 푸는 것이라 나름대로 정의하고 싶습니다.
상기 시조를 쓰게된 배경
저의 아버지는 59살에 돌아 가셨습니다. 아버지는 매우 자상하셨습니다. 자식을 때리지도 욕하지도 않았고, 자식이 마음 상할 말이나 행동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항상 희망적인 말로 자식을 북돋아 주셨을 뿐만 아니라, 인생사 어디 단것만을 아니거늘, 자식을 대할 때는 늘 평온하게 웃는 모습을 보여 주셨습니다. 모친과의 불화가 달수를 채워, 심적 고통이란 양수를 토하며 원망과 저주를 순산하였을 때는, 이미 저는 아버지 뜻을 거부하는 망나니가 되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하루아침에 뇌일혈로 돌아 가셨습니다. 아버지가 돌아 가셨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기에, 도저히 실감할 수 없었습니다. 대문 밖에서 "상열아"하고 저의 이름을 부르시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숙부님도 아버지처럼 하루아침에 뇌일혈도 돌아 가셨으니, 바늘과 실과 같았던 형제분은 그렇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몽매불망 그리던 고향 땅 기림으로(평양시 소재) 돌아 가셨습니다.
- 생략 -
지고 온 아침 해살 동구밖에 내려놓고
내가 왔노라!
내가 왔노라!
목 메인 까치 옆에 나란히 앉아
나도 왔노라!
나도 왔노라!
나도 왔노라고 울부짖고 계시는가!
이제는 나의 고향 기림리에서
졸작 : 작은 아버지
갑자기 삼천포로 빠졌습니다. 죄송합니다.
입보 교수님께서 지적하신 불혹에가 아니고 불혹의가 바른 표기라는 지적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린 봐와 같이, 문법과 조사에 의한 압축의 묘미 중 작자는 어느 하나를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더구나 압축을 요구하는 시조이기에 저는 압축의 묘미를 택했습니다만, 불혹에. 불혹의. 로 수십 번이나 수정을 하다 불혹에로 했다는 것을 이실직고합니다. (기실 비단 이것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도 조사가 상당히 속을 썩여, 수십 번 수정합니다)
에에 대해서는 작자의 주관적 입장이라는 것을 먼저 말씀드리고, 불혹의라 하지 않고, 불혹에라 한 까닭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문법을 떠나, 의와 에가 내포하는 것은 다르다 생각합니다. 의가 어느 하나를 말한다면, 에는 순차적 의미가 담겨 있다 생각합니다, (불혹에 고개 넘어에 뒤이어, 이순에 이르러서가 전개되므로 에는 순차적 의미가 있다 생각합니다. 또한 이해를 돕고자 "불혹의 고개넘어에 뒤이어 ....... 의 에가 다음을 연결하는 고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여, 이와 에는 쓰임새가 틀릴 수밖에 없다 생각합니다.
앞서 작자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을(?) 사용한다 말씀 드렸습니다. 가당찮은 짓거리일지 모르겠으나, 저는 작자의 특권을 사용하고자 합니다. 바른 표기인 의를 사용하지 않고, 에를 사용하게 된 것에 대해 피력하기 전, 주관적입니다만 에는 "순차적 의미"가 있고, 나름대로 정의한 "조사에 의한 압축의 묘미"에 대해 말씀드렸으나, 부족한 것 같아, 시조를 짓게된 배경을 부상시켰습니다. 한 말씀 더 드린다면, 필요가 아닌 필연이라 느꼈기에 바른 표기인 의를 박대하고, 에를 사용한 것입니다.
저는 의는 에와 달리 순차적 감이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 제가 바른 표기를 무시하고 에를 사용하게 된 것은, 불혹의 고개를 넘기 전에 이립(而立)의 고개를 이미 넘었다는 것을 표현(어찌 보면 내포인지도 모릅니다) 하고자 하였습니다.
참고
불혹에 고개 넘어 지명에 이르러서
보고 싶은 님이(아버지) 있어, 삼십의 고개 넘어, 불혹에 (저의 주관적 입장에서 에는 순차적 의미라 하였습니다) 고개를 넘어도 보이지 않고, 지명에(현재 저의 나이가 지명입니다) 이르러도 보이지 않아
이순을 넘봐도 앞선 이 아니 뵌다
고개를 빼서, 이순을 넘겨봐도 앞선 이가(보고싶은 님 = 아버지) 보이지 않는다.
그 님도 나와 같고 야 아니 쉬고 가셨도다
그 님도(임보 교수님께서 지적하신, "님들도"는 복수이기에, 오직 한 사람을 지칭하는 작자의 입장에서는 수용할 수 없습니다) 내가 아버지를 보고 싶어 고개를 넘어 온 것처럼 아버지도 나처럼 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 쉬지 않고 가셨다.
註釋 아무리 보고 싶은 사람이라도 죽은 사람은 만날 수 없다.
저 길손 더듬어도 명월아 인심 마라
세상 사 아니 뵐 때 나서는 길인 것을
두었다 북망산천 길 쉬이 가게 하여라
2-1의 '인심 마라'는 '밝지 마라'가 어떨까요? (말씀드리겠습니다)
2-3의 '두엇다'의 바른 표기는 '두었다' (수정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달을 달로 보지 않고, 나무를 나무로 보지 않고 사람으로 보는 경향이 많습니다. 수사법상 비유를 즐깁니다. 하여, 저는 밝지 마라로 직설적으로 말하기 보다, 인심 마라가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명월은 보름달이고 보름달은 밝다는 등식이 성립되니, 명월아 인심 마라 단 한 구절만이라도 인심 마라가 밝지 마라 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더구나 중장과 종장이 밭쳐주니 인심 마라가 무엇을 말하는지 더욱 명확해 질 수밖에 없습니다.
내친김에 상기 시조보다 조금 어려운 시조를 소개합니다
베개 깃 눈물 고개 조각달 아니 심고
길동무 허깨비와 풀벌레 심었노라
그믐날 홀로 넘을 적 손목 잡고 가리라
초장과 중장만 봐서는 작자가 조각달은 심지 않고, 왜 풀벌레를 심어야 했는지 모릅니다. 해답은 종장 그믐날입니다. 조각달을 심어 보름달이 되면, 무엇 풀벌레 따위와 견주리까 마는 그믐날에는 볼 수 없으니, 차라리 그믐날에도 들을 수 있는 풀벌레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지 않으면 작품을 쓰게된 동기와 해석을 말씀드릴 수 없기에 제가 생각해도 난해하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베개 깃 눈물고개 = 얼마나 수많은 세월,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눈물이 고개가 되다. 눈물 고개는 묵은 눈물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길동무 허깨비 = 뒤척이며 잠 못 드는 밤에 유일한 길동무인 공상이나 상상.
앞산에 해가 뜨면 밭에서 김을 메고
뒷산서 달이 뜨면 안방서 정을 메고
두어라 머루 다래는 절로절로 익으리
3-1의 '메고'와 3-2의 '메고'는 다 '매고'가 좋겠습니다. (수정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조사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조사는 해충이 되기도 하고 익충이 되기도 하기에, 상당히 공을 드리지 않으면 땀 흘려 지은 농작물을 수확하기 어렵습니다. 상기 작품도 에와 서의 조사서 헤어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다가 될 되로 되라는 식으로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이제 조사만 보면 겁이 납니다. 조사를 정복하지 못하면, 詩를 정복할 수 없다는 섬뜩한 생각을 내칠 수 없습니다. 조사에 대해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가내 두루 편안하시옵고 건강하십시오, 대단히 감사합니다.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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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말이없고 
달구름 흘러가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