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 폭포 걸어놓고 구담봉에 걸터앉아
달님을 불러들여 제 홀로 취함인데
동동주 아니 따른다 괜스리 타박 마오

어버이 공양 않고 고려장 시킨 놈이
빈손들 차려 놓고 조문객 맞을 손가
탁주야 움막 지어라 삼년초토 치르리

어버이 : 고시조
고려장 시킨 놈 : 현대시조

무릇 문화란 국가 정체성에 딸린 식솔입니다.
또한 정신적 지주가 부모라면 문화는 자식이기도 합니다.

정신적 지주가 없기에 끼리문화가 만발한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지표(指標)를 찾는다는 것은 실로 어렵습니다. 아니 애당초 지표란 없었기에 찾는다는 발상 자체가 참으로 바보 같은 짓입니다

삼년상을 치렀으니 이제 저는 저의 길로 가렵니다.

시조는 일목요연한 하나의 문장이고 메시지이기에 소재는 지천에 널려있습니다. 불현듯 시조에 담을 사건(事件)이나 사건(私件)이 없는 것은 아니나, 가고자하는 길에 행여 장애가 될까 애써 외면하고 있습니다.
상기 시조도 오래전에 지은 것입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여야합니다. 하이쿠가 세계의 시가 되었다는 것도 인정하여야 합니다.
러일전쟁의 영웅, 도고헤이하찌로가 그들에게 있어서는 불구대천지원수인 이순신장군을 바다의 신으로 인정한 것처럼, 이토히로부미를 암살한 안중근의사를 존경했던 일본인들처럼, 인정할 것은 인정하여야 합니다.

일본어 실력이 미약하지만 연마하며 전진할 것입니다.
비록 일본어란 산맥이 드높다고는 하나, 끼리문화가 설치한 장애물보다는 그리 높지 않을 것입니다. 제반여건 중 어느 것 하나 수중에 넣은 것은 없으나, 무지개를 띄우고자 하는데 어찌 먹구름을 박대하겠습니까?

청룡부대로 월남전에 참전하였을 때 베트남민족으로 부터 느낀 것과, 군대시절 독학한 일본어 덕분에 기술연수원으로 선발되어 일본에서 9개월 남직 체류할 때(85년) 일본인들이 저에게 느끼도록 강요한 것을 정리하여 시조의 미래를 피력하고자 합니다.

피력하고자하는 시조의 미래는,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정체성이 순산한 국민성의 대동맥일지도 모릅니다.

내일이 없는 명성과 명예를 택할 수 밖에 없는 끼리문화에서는 시조의 미래도 없다는 사고(私考)는 관념이 아니기에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무릇 주체성 없는 국가와 민족에게는 민족문화 따위는 없었습니다.

비단,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곪을 때로 곪어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시조계 뿐만 아니라, 시조의 부활을 가로막는 것들은 상당히 많습니다. 더구나 그 위력은 문화 유산인 시조를 말살한 시조계 따위가 감히 넘볼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것입니다.

고려청자도 이조백자도 청기와도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시조도 또한 그렇게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그들을 사라지게 했고, 그들은 우리에 의해 사라졌습니다.

우리가 사라지게 한 것들은, 두 번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끼리문화를 발본색원하여 척결하지 않는 한,
아직까지, 그 무엇인가 남아있음직도 한, 그 무엇들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렇게 사라질 것입니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지만, 한글도 사라질 것입니다.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그 어느 것도 지키지 못했고 지키지 못하는 주체성 없는 끼리의 민족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