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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치기 시조비평, 이대로 좋은가/박구하
요새 시중에 시조 전문지가 많이 나와 있음을 본다. 시 전문지나 종합지에서도 시조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어 가히 시조세상이 도래한 느낌이다. 작품이 양산되다보니 이에 대한 비평도 왕성해지고 있어 시조 쓰는 사람으로서 다행한 일로 생각한다. 그런데 그 평이 보통의 수준이라도 견지하고 있다면 모르겠는데 왕왕 수준 이하로 읽혀질때가 있다. 어느 시 전문지의 지난 7월 호와 8월 호 연속으로 내고 있는 김남석(문학평론가)의 시조평이 그러하다. 그냥 읽고 넘어가기에는 오류의 수준이 너무도 초보적이고 근본적인사항에 관한 것이라 시조를 사랑하는 충정에서 고언을 드리고자 한다. 무릇 평이란 단순한 감상이나 작품 해설과는 다른 것이다. 시조는 형식면에서 단 1수로 되어 있는 단(형)시조(單形時調)와 2수 이상 연첩되어 있는 연(형)시조(連形時調)로 구별할 수 있다. 전자의 단시조(單時調)는 단시조(短時調), 중시조(中時調), 장시조(長時調)로 구분이 되고, 후자의 연시조(連時調)는 단순연시조와 혼합연시조(소위 옴니버스시조)로 구분된다. 단순연시조는 단시조만으로 연결되어 있는 연시조이고, 혼합연시조는 단시조와 중시조 또는 장시조가 혼합되어 있는 연시조를 말한다. 여기서 시조강의를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김남석씨는 다음 작품을 단순연시조로 착각하고 평을 하고 있어 잠깐 시조의 종류를 소개해 본 것이다. 그리움 둥둥 떠서 운흥사 찾아간다 대웅전 앞 석탑은 없고 맴돌며 못 떠나는 것 그래도 지지 않는 것 노스님 독경에 씻어 부끄럼도 그냥 잊은 채 아픈 속살 내어놓고 김남석은 이 시조가 장시조 1수(①)와 단시조 2수(②,③)가 연첩된 혼합연시조임을 모르고 3수 연첩의 단순연시조로 파악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그러니까, 그는 ①을 해석함에 있어 2연 2행의 첫 부분 "정갈히"를 종장 첫 구로 보는 무리를 범하게 된다. 그리하여 "정갈히 합장하는 산벚, 그 나무에 기대"까지를 첫 수 종장으로 보고 그 뒷부분 "눈감은 탑이 된다/ 맴돌며 못 떠나는 것/뚝 뚝 이울게 하는"의 3행은 둘째 수와 연결을 시도한다. 그러나, 둘째 수가 거의 완벽한 단시조의 구조를 가지고 있어 도저히 부역할 수 없다. 어찌할 수 없는 진퇴유곡을 만나게 되자 그는 용감하게도(?) 형식을 무시하고 이를 작품내용에 따라 처리할 문제라고 강변한다. 즉 이 부분은 "형식적으로 처리되지 못하고, 율격적으로 공유되지 못하고, 완성되지 못한 채 시조의 틀 속에 떠돌게 된다"고 강변한다. 그는 이 부분에 시상의 핵심이 있다고 보고 그리움에 절을 찾은 화자의 번뇌는 "언어로 그 본질과 형상을 그려내기 어렵다"고 하면서, "깊은 번뇌 앞에서는 언어적 육체가 시들어버리고 토막토막 끊어져 논리적인 접근을 불허하는 경우도 많다"고 부연여 "이러한 언어적 미묘함을 난파된 세 행으로 부터 얻을 수 있다면 이러한 형식적 파산은 의미 있는 것일 수 있다"고 선언한다. 이는 시조가 왜 시조인지 그 존립의의 자체를 부정하는 기축적(基軸的) 오류가 아닐 수 없다. 시조는 형식이 정해진 율격을 가진 정형시이다. 인간이 육체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듯이 형식을 떠나서는 시조는 한시도 설 수 없다. 그의 해석대로라면 위 작품은 자유시일지언정 시조는 아니다. 시인이 의도적으로 문제의「2연3행과 3연 전부」를 형식적 미아로 처리함으로써 화자의 이러한 절박한 심리상황을 절묘하게 그려내는데 성공하고 있다고 치켜세운다. 그런데, ②의 정형적 율격에 들어와 화자는 현실로 돌아오는데 이 '형식적 고수'는 내용적으로 묘미를 주지 못하고 산벚나무의 형상과 비유도 적절치 못할 뿐더러 환골탈태하지 못한 몸과 마음이 깨달음을 얻지 못했음에도 어떻게 ③에서 그 '부끄럼'과 '아픈 속살'이 '제단'에서 '활활 타올라 승화한 '별'이 되는지 그 시적 논리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므로, 종장의 "형식적 완결형이 전개된 의미를 제대로 여며주지 못한다고 판단"한다. 요컨대, ①의 탈율격적(脫律格的) 형식이 의미를 보완해 준 것에 반하여 ②와 ③에서의 정격을 고수한 시조형식은 의미의 보완을 해 주지 못한 경우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시조는 전체적으로 "의미의 귀결점을 찾지 못한" 실패한 시조라고 말하는 듯 하다. 시조의 성공이든 실패든 간에, 형식은 내용을 담는 그릇에 불과한 것인데 형식 때문에 의미가 보완되거나 완성된다고 하는 말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형식은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동원되는 것이긴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수단일 뿐이지 의미를 보완하거나 선도할 수는 없다. ② 즉, 4연은 둘째 수로서 이 시조에서 형식적으로는 가장 시조다운 모양새를 하고 있는 단시조이다. 김남석의 지적처럼 의미가 다소 불명하지만 억지로 해석한다면,산벚나무는 스님의 독경으로 번뇌를 씻었는가 했는데 시절이 바뀌어 봄이 오니 새 잎 돋듯 다시 그리움의 번뇌가 번진다. 그래서 이미 생사를 끊은 석탑인 줄 알았던 몸이 생명을 가진 (즉 세사에 연연하는) '꽃탑'임을 알고 다시 아득해진다. 그리하여, ③에서 화자는 몸(아픈 속살)과 마음(부끄러움)을 다 내어 던지고 자신에 관한 온갖 풍문을 껴안고 자신을 희생하기로 결심한다. 다 버린 후에 마침내 얻는 '별', 그 별빛으로 세상을 밝히려 한다. '분홍꽃탑'이 마침내 '별'이 되는 순간이다. 이 시조는 여기까지 이르는 시적 통로에 많은 무리가 있지만 대체로 이렇게 해석할 수 있고, 전체적으로 '산벚나무', '꽃탑', '별'은 각 수에서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키워드로서 모두 '분홍꽃탑'의 화신으로 볼 수 있다. 이 시조는 구도의 길을 가던 화자가 마침내 다 "내어놓고 제단에 드러눕는 별"이 됨으로써 깨달음을 얻어 하화중생(下化衆生)하는 보살행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 물론 실연에 빠진 사람이 여러 오뇌를 거쳐 스스로를 추스르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 구도의 시로 보든 실연의 시로 보든 독자의 자유이지만 이 시조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의미의 제기 → 확장 → 종결을 제대로 들추어 내지 못하고 형식에 매달려 자의적인 해석을 하고 있는 평자의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이 평자가 텍스트를 몇 번이나 읽었는지 궁금하고, 필치를 보면 시조를 만만히 보고 다루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이 평자는 7월 호에서도 극히 상식적인 형식과 시어를 잘못 해석하고 있음을 본다. 이파리 그 수만큼 꽃대가 자라나고 평자는 여기서 "1∼2행은 완성도에서 미흡한 편"이라면서 "민들레의 외형을 묘사한 것으로 여겨지는데 선명한 인상을 그려내지는 못한다"고 단정한다. 그러나, 이 시조는 통상의 민들레의 외형을 묘사하려는 것이 아니라 민들레를 하나의 객관적 상관물로 삼아 화자의 '어머니'와 그 신산했던 삶을 드러내려는데 초점이 있다. 그러므로, 어머니의 "자(尺)로 잰 듯한" 공평한 자식사랑과 꼿꼿한 삶의 자세를 그리기 위해 위 1∼2행은 충분한 비유적 설정이 되며 그만큼 공감대를 갖고 있다. 그런데, 이 평자는 "자잰 듯"을 불교적 용어인 '자재(自在)'로 해석하여민들레의 거침새 없이 살아가는 모습과 고생하면서 어렵게 살아가는 어머니의 모습이 유사하다고 강변한다. 어떻게 자유자재로 사는 거침없는 양(陽)의 삶이 자로 잰 듯 바른 길만 고수하여 속속들이 말 못 하고 힘겹게 살아가는 음(陰)의 삶과 유사할 수 있단 말인가. 여기서 "자잰 듯"이라는 말은 앞 뒤 문맥으로 보아 대번에 "자 잰 듯"의 띄어쓰기 착오로 "자로 잰 듯"의 시적 조어임을 알 수 있는데 어찌 "自在인 듯"으로 비약할 수 있는지 오직 평자의 순간적인 식견이 놀라울 뿐이다. 아무리 시의 감상은 독자의 몫이라 한다지만 그 길은 주어진 언어를 통해서 가능하다. 작가와 독자의 교감은 공동의 약속인 언어의 사전적 기초 위에서 발전된 해석일 때 수긍이 가능해진다. 평자는 이 시조를 세 수 연첩된 연시조로 보지 않고 하나의 단시조로 봄에 따라 해석상 견강부회를 거듭하고 있다. 장(章)과 장, 수(首)와 수를 붙이고 안 붙이는 것은 순전히 작가의배행의도에 따른 것일 뿐 그 시조의 모태인 시조형식과는 무관한 것이다. 무릇, 시조는 각수(首) 단위로 그 의미가 독립되고 완결되며,그 독립된 완결성이 다음 수로 연첩되면서 의미가 증폭된다. 이 독립성은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전체적으로 하나의 시상으로 통합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 평자는 위의 연시조를 하나의 단수로 봄에 따라 (그리 보아서는 형식이 맞지 않음에도) 마치 자유시를 분석하듯 각 행 단위로 해석을 해나간다. 그러니 당연히 제대로 설명이 될 수 없다. 어법상 문맥이 통하지 않는다고 자의적이고 "자재한" 해석을 서슴치 않는다. 그래서 형상화의 적절성이나 시상의 새로운 발견은 없고 무의미 한 숨은 주어찾기나 시적 논리찾기에 시간을 다 보내고 있다(무려 두 페이지에 걸쳐서). 위 시는 민들레를 보면서 어머니를 연상하는 것인데 그렇게 장황한 주어의 소재분석 없이도 첫 수는 힘들지만 원칙대로 바로 살아오신 어머니의 삶, 둘째 수는 짓밟혀도 일어서서 어둠을 밝히는 민들레의 미덕, 셋째 수는 키워낸 씨앗을 날려보낸 민들레와 자식들을 떠나 보낸 어머니를 대비하여 시상의 통합을 이루어내고 있음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이 평자도 곡절끝에 이 정도의 결론은 유도해 내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문제는 문장상으로 뒷받침 받을 수 없다는 점"이라고 투덜댐은 그가 "행"으로 분석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 이를 독립된 단시조의 연합으로 볼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시조를 평할 때는 시조용어를 사용해야 한다. 흔히 "연"이니 "행"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이것은 시조에서 는 적절치 않다. 대개 자유시의 연은 시조의 수(首), 행은 장(章)과 대응된다고 할 수 있으나 배행이 자유로워진 요즘에는 꼭 일치하지 않으므로반드시 첫 수, 둘째 수라고 하거나 한 수내에서도 초장, 중장, 종장 등의 용어를 써야 보다 정확해진다. 끝으로, 장시조를 단시조와 섞어 쓰는 혼합시조에 대해 한마디 하고자 한다. 장시조와 단시조는 다같이 고려시대까지 추급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뿌리가 올라가지만, 혼합시조는 현대에 와서 일부 시인이 주창하고 있는 새로운 시조형태이다. 그 형태가 검증되지 못한 만큼 일반에 널리 수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이것이 창작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형식은 시조의 지평을 넓힌다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나 무분별한 창작남용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필자는 일찍이 육당이 "시조로 표현하지 못할 게 없다"라고 한 말을 고집하여 시조가 무소불위(無所不爲)의 문학장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현재의 시조로도 충분히 현대인의 서정을 표출할 수 있다고 본다. 혼합시조가 존재하려면 그 형식에 의하지 않고는 표현 할 수 없는 당위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위 곽흥란의 작품은 그러한 당위성을 가지고 있는가. 그 정도의 시상은 그의 능력으로 볼 때 단순연시조로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되어진다. 일반적으로 장시조는 그 사설의 형태가 산문적이며 줄글로 붙여쓰고, 내용도 직유성, 풍자성, 해학성, 비판성 등 주제에 따라 특색을 띄고 음수율의 호흡도 빨라져야 하는데 그의 혼합연시조는 분행을 하고, 운문적이고, 은유적인데다 보법에도 변화가 없어 평자까지 형식을 착각하게 만들었다. 장시조는 상당한 시조창작 연륜을 가진 작가가 무르익은 시세계서 고도의 기량으로 창작할 영역에 있는 것이지 시조의 초년병이 함부로 넘겨볼 만큼 호락호락한 위치에 있지 않다. 요즘 신춘문예서 장시조나 혼합연시조가 당선되는 것을 보는데 이는 작품의 성공여부를 떠나 바람직하지 않다. 입문자에게 시조의 길을 오도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세계화시대에 굳이 국적을 따질 것은 없으나 세계화는 다양화의 시대요 다양화는 개성화가 바탕이 되어 이루어지는 것임을 감안할 때 우리는 우리의 정체성을 버릴 수는 없다. 우리 것이라고 특히 감싸는 것도 우습지만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우리 것을 무시하는 것도 못난 일이다. 새삼 시조의 기원을 밝힐 것은 없지만 시조가 우리 것이고 아직도 쓰는 사람이 있고 읽을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또 세계 200여 민족 가운데 정형시를 가지고 있는 민족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 속에 당당히 우리 시조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 시조시인이든 아니든 어찌 시조가 자랑스럽고 소중하지 않을 것인가. 시조를 사랑하는 뜻에서 드리는 글이니 관계자들의 혜량 있으시기 바란다. (시조시인) * 이 글은 월간 <시문학>지 2002.11월 호에 <오늘의 시론>으로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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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도 시조인가? |
 의복이 초라하여 바깥출입 아니 한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