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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천년, 시조의 변용과 방향 / 시조문학
<뉴밀레니엄 기획특집 지상좌담회> 새 천년, 시조의 변용과 방향 좌담일정: 1999년 11월 20일 좌담자: 김 준, 한춘섭, 김교한. 경 철, 임종찬, 박영식 사회자: 박구하 사회자 먼저 밀레니엄 기획특집 지상좌담회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번 좌담회의 주제는 "지나간 천년, 새로운 천년-시조, 그 변용과 감동의 모색"이라 하여 지난 여름 한국시조시인협회에서 개최한 세미나의 주제와 같은 것으로 하였습니다. 그 때는 한춘섭시인과 김종시인의 주제발표와 저를 위시한 김민정, 오재열시인들의 질의가 있었습니다만 시간관계상 충분한 토론이 이루어지지 못하여 아쉬웠는데 이번 좌담회를 통하여 보다 심도 있게 주제와 부제를 다각적으로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이제 새 천년을 불과 30여일 앞두고 우선 지난 천년동안 우리 시조가 민족정서를 대변하며 꿋꿋이 살아남아 근대 시조부흥운동의 과정을 거쳐 현대시조로 탈바꿈하면서 압축되고 절제된 서정시의 틀로서 현대시의 대열에 자리하고 있음을 바라보며 새 천년을 맞는 감회는 자못 크다고 하겠습니다. 시조가 정형시로서 현대시의 반열에 있다고는 하나 그 장르적 위치가 아직도 모호하고 연약하다고 할까요, 예컨대, 형식의 문제에서 변격과 파격, 옴니버스시조의 방법적 허용문제, 사설시조의 정의와 변용문제, 내용의 문제에서 소재의 문제, 서정성과 사회성의 조화, 실험성의 수용과 한계, 문학성과 대중성의 병행 등 짚고 넘어 가야할 문제가 산적해 있으며, 시조와 시조단의 문제로서 자유시와의 변별성, 창작의 현주소 등,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 앞으로 시조의 변용과 그 가능성, 한계에 대하여 기탄 없는 의견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 준 다 아시는 바와 같이 수 백년 이상을 이어 내려온 민족의 원형적 정서를 표출해 온 정형시로서 전통과 현대를 잇는 자랑스런 우리 민족 고유의 문학유산입니다. 시조가 시절가조로서 당대의 시정신을 담아내면서 연면히 우리에게 계승되고 있음은 다행한 일이겠습니다만, 작금 시조를 쓰는 사람들이 내용의 심화보다는 수백년 세월을 거치면서 형성되어온 민족의 호흡인 정형성을 경시하고 실험성을 강조하면서 시조의 형식을 무너뜨리려는 경향이 있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시조는 어디까지나 그 기본율조를 지켜 그 정형성 속에서 시적 감동을 줄 수 있는 내용의 심화를 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입니다. 임종찬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시조가 자유시와 다르다는 것이 형식에 있다는 말을 잘 하지만 형식이 내용의 외화(外化)임을 모르는 이가 의외로 많습니다. 정형시는 정형성에 맞는 말과 내용이 형식화된 시입니다. 정형에 맞추려는 의도만으로는 정형시가 탄생되지 않고 그런 의도가 강할수록 억지스러운 작품이 되고 맙니다. 고시조 작품들을 읽어 보면 퍽 자연스럽게 결구(結構)되어 있음을 보게 됩니다. 내용과 형식의 부조화된 작품들이 도처에 자주 나타나고 있으니 걱정이 앞섭니다. 박영식 현대 삶을 영위하며 시조의 필연성을 내세운다면 보수성을 떨치지 못한 것이라고 핀잔할 사람이 많으리라 봅니다. 또는 시대성을 잃은 장르라고 말한다면 전통성 내지 민족말살론까지 운위할 사람도 적지 않으리라 봅니다만, 한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굳이 자연스레 흘러온 전통을 밀쳐두면서까지 감각적 자유시에만 국한시켜 나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는 거죠. 자유시와 정형시적인 시조를 놓고 보면 자유시에 비해 시조는 템포가 느린 탓에 우유부단한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을 겁니다. 문제는 현대삶을 받쳐줄 수 있는 철학성, 현장감이 묻어나는 시어들, 고뇌하는 생활상들을 발빠른 민첩함으로 적재적소에 얼마를 잘 앉히는가에 따라 전통과 현대가 접목된 시조라는 필연성의 꽃은 필 것입니다. 사회자 흔히 시조는 우리 민족정서를 표출하는데 적합하고 오랜 기간을 거치며 이미 검증이 끝난 것으로 우리 감정에 가장 맞는 고유 문학장르라고 합니다만, 과연 '고유정서'란 무엇이며 이는 영구불변인가 아니면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것인가, 고유정서가 아닌 서구사상을 시조의 틀에 담을 수 있거나 담아도 되는 것인가, 물질문명의 와중에서 급변하는 현실을 시조가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현대사회는 전통사회의 연장선상에 있으므로 전통적 정서에 의한 현실표현의 방법으로서 시조의 가치를 인정하되 약간의 변용은 수용할 수 있으나 우리 정서가 아닌 서구주의를 시조의 틀인 정형을 무시. 파괴하면서까지 도입하려는 실험성을 어떻게 볼 것인지, 시조는 소수의 독자나 개인의 서정을 위해 존재하는가, 밀레니엄 시대에 시조의 존재가치는 무엇이며 왜 시조이어야 하는지, 시조가 복잡한 산업화, 정보화 시대에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하여 다소 질문이 복잡합니다만 자유롭게 말씀들 해 주시기 바랍니다. 경 철 이 질문은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시조시인으로서의 근본정신이나 사명의식을 다시 한 번 일깨우기 위하여 자문자답의 형식을 빌어서 맹성을 촉구하려는 의도적 물음으로 보입니다. 시조는 왜 필요한가에 대한 대답은 마치 선문답 같아서 명확한 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인간은 의식주만으로는 살 수 없고 지정의(知情意). 진선미(眞善美)의 정신작용의 병행 속에 자기실현을 위한 갖가지 활동을 하는데 이 활동들은 저마다의 입장과 철학에 따라서 다양성과 유연성이 있는 신념과 의지와 주장을 갖고 나름대로 그 창작의 밀실에서 불을 켜는 주인공이 되고 있는 것이므로 너무 시조의 필요성만 종교처럼 강조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김 준 현재 시단에서는 시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줄 아는데 이는 자유시의 난삽성, 한계성, 산문성 등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 시조는 3장 6구의 정형시로서 이는 오히려 복잡다단한 산업구조사회에서 촌철살인하는 압축과 절제미를 가지고 있어 가장 현대적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이 시조야말로 현대인에게 그 고도의 서정성과 이미지의 명징성으로 가장 깊이 어필할 수 있는 보편적 음악성을 가진 문학장르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시조는 우리 겨레가 있는 한, 또 인간사회에 시가 있는 한, 언제나 필요한 정신가치인 것입니다. 우리 시조가 이러한 시조 본령에 충실한다면 저는 새 천년, 아니 그 다음 영원 세대에까지 우리 시조는 살아남아 민족과 애환을 함께 할 것임을 굳게 믿습니다. 김교한 시조가 자유시에서 보는 산문성, 난삽성을 벗어나 겨레의 말결, 고운 말씨의 옛소리를 담고 모국어의 아름다움을 빛나는 서정성으로 다스릴 때 우리 시조는 살 수 있습니다. 시조는 시이다, 시조는 시가 될 수 있어도 시가 시조는 될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율격의 유무를 가름하는 기준에서 하는 말이겠지만 좋은 시조는 결코 난해하거나 추상된 독점적인 언어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전통과 완전히 무관할 수도 없습니다. 그 확고한 기반 위에 진실로 당대의 혼을 담아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우리 혼을 우리말과 우리글로 나타내고 그것을 동질의 감정구조를 가진 우리 국민이 읽어 공감할 때 시조는 분명히 존재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김 준 아시다시피 시조는 우리 정서의 고향입니다. 우리 정서는 전통에 기인합니다. 그러므로 전통을 무시하거나 전통을 떠나서는 시조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전통을 부정함은 시조의 기반을 잃는 것인데도 실험적으로 이를 일탈하는 것만이 새 풍조인양 하는 흐름이 있습니다. 물론 무조건적인 전통을 말하는게 아니고 오늘에 되살려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통을 중시하는 T.S 엘리옷도 "전통은 그저 상속되는 것이 아니라 굉장한 노력위에 빛난다"고 했어요. 우리 시조는 그 형식이 가장 우리 감정에 맞는 것이고 바로 그 때문에 아직도 호소력이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형식은 고정되어 진부하다할지라도 이 형식을 떠나서는 시조로 존재할 수 없는 것이기에 우리는 현대의 사조에 맞게 그 내용을 가지고 변용시키는 지혜가 필요한 것입니다. 시조의 재제를 쇄신하고, 기법을 혁신하고 다양화시키는 것이 새 천년에도 시조가 살아남을 수 잇는 길이라고 봅니다. 임종찬 우리 시대 시조가 왜 필요한가 하는 문제는 노래가 왜 필요한가하는 문제와 비슷한 질문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시조가 노래냐 하는 질문이 나옴직하지만, 시조가 노래이다가 저의 답입니다. 그것은 첫째, 과거 고시조가 창을 위한 창사(唱詞)로서 활용되었고 현재도 창하는 이들은 현대시조를 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시조를 창할 줄 모르는 일을 안타까운 노릇이라 생각해야 합니다. 둘째, 굳이 창이 아니더라도 고시조작가들 또는 시조애호가들은 시조를 율독하면서 시조를 즐겨 왔어요. 율독이 바로 음악 아닙니까. 시조가 정형시라고 말을 하면서도 무엇을 정형시라고 하느냐 하는 질문엔 답을 못하고 머뭇거리는 사람이 많은데 정형시는 시를 읽어서 (또는 들어서) 소리의 정형화를 느끼게 하는 시를 말합니다. 소리의 정형화 이것 때문에 율독이란 말을 했고 음악이란 말을 한 것입니다. 누구를 위해 존재하느냐, 이것도 청자를 위해 존재한다고 간단히 말할 수 있습니다. 활자화된 경우라 해도 눈으로 읽어서는 시조가 탄생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소리내어 읽어야 시조가 탄생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때의 독자는 독자이면서 청자이고 실제 그 자리에 입회하고 있는 사람도 청자인 셈입니다. 청자가 어떤 성분, 어느 위치여야 하는 문제는 작품을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이냐 아니냐의 문제입니다. 사회자 새 천년의 시조시인이 지녀야할 덕목과 책임에 대해서 논의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오늘 날 시조시인들의 언어감각, 시대감각은 어떠하며 치열한 자기만의 시세계를 구축하고 있는지, 아직도 재주만을 믿고 서로 경멸하고 불화하는 풍조, 덜 된 작품의 무분별한 발표로 대중으로부터 외면을 자초하는 일이 많은 것 같은데 새 천년을 맞는 시조시인들의 역할에 대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경 철 저는 덕목과 책임에 대해 얘기하겠습니다. 먼저 시조시인이기 이전에 인간다움을 지녀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몇 달이나 몇 년을 앞서서 시조단에 데뷔했다는 사실은 문학사가에 기록으로 남을 일이고 그게 무슨 벼슬과 군번이라고 우쭐대는 경향이 있는데 요는 문단의 경력이나 등단서열을 따질 게 아니라 무슨 작품을 썼느냐 오직 시인은 그 작품으로 말한다 라고 되어야 합니다. 만나면 서로 헐뜯고 파벌을 만들어 비협조하는 구습을 타파해야 합니다. 시인은 선비정신과 실용성을 겸비하고 자연친화, 역사의식, 컴퓨터, 외국어 등에도 활력성을 가지고 집필, 발표하면서 교통의식(交通意識)을 함양해야 합니다. 한춘섭 이는 거창한 문제이며 자칫 구호로만 외치기 쉬운 문젭니다. 우리 시조인들이 진작에 역사인식과 시대감각이 있었다면 우리 민족시인 시조도 벌써 선진국의 경우처럼 '국민의 시' 반열에 올라 예우받는 문학이 되었을 것입니다. 치열한 시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분들은 과거나 지금의 실태를 보면 자기가 문단의 최고이니 여타 시인들과는 한 자리, 한 협회, 한 문학지에조차 동참하기를 꺼리는 일종의 선민의식(엘리트)에 사로잡혀 있고, 협회나 동인체 활동을 등한하여 유아독존식 처신을 일삼았던 것도 시실이지요. 박영식 현재 어떤 경로로 시조시인 자격으로 문단에 나온 사람이 1천명은 되리라 보는데 이 숫자는 자유시 쪽에 비하면 5분의 1 정도되지만 오늘날 시조가 전통문화로 대접받지 못하고 한낱 공동품 취급을 받는데는 무엇보다 시조시를 양산하는 시조시인들의 자질과 현대시조에 대한 인식부족, 그리고 시대감에 부응한 사명의식 결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각성해야 합니다. 정형이란 미명하에 자수나 맞추고 음풍농월하는 선에 만족하는 부끄러움을 씻어야 합니다. 새 천년을 맞아 우리 시조시인들은 3.4.3.4 조가 몸에 배이게끔 초등학교부터 각종 백일장, 주위의 문학지망생에게 시조를 스스럼없이 권장하고 유망주를 발굴하는 역할을 다 해야 할 것입니다. 사회자 현재 시중에는 본지를 비롯한 시조전문지가 다수 발간되고 있으나 비슷한 내용을 돌아가며 게재하거나 수준미달의 기획편집으로 발행시장을 어지럽히는 문제는 없는지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새 천년의 문예지가 나아갈 길과 동인지 활동과 지방중심의 창작활동에 대해서도 말씀하여 주십시오 임종찬 시조 아닌 잡동사니를 시조로 발표하고 있으니 보통문제가 아닙니다. 편집인들이 각성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설시조라고 이름붙인 작품들이 자주 발표되고 있는데, 이 시대에 사설시조가 무슨 의미인지 (자유시와 어떻게 다른지) 애초 사설시조는 정형시가 아니었고 형식도 모호한 것이었어요. 오늘날 사설시조라고 발표하는 작품들은 결국 자유시 그것을 발표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춘섭 시조 전문지가 하나도 없던 시대에 비하면 오늘날 지역마다 동인지와 전국권을 겨냥한 계간 전문지가 4개나 되니 숫적으로는 대단한 발전입니다. 그러나, 1천여명에 달하는 시조 창작인구가 합심하는 일보다 자기과시욕에 들뜬 이기적 창작태도로 일관하여 협회도 필요없고 자기를 몰라주는 전문지도 외면하는 사례는 참으로 한심한 일입니다. 새 천년에는 '큰 시조', '큰 작품'을 쓰는 '큰 시조인'들이 많이 나와 주었으면 하느 바램입니다. 경 철 우리 나라 곳곳에는 시조 동아리, 동인, 협회단체 등이 현재 꽤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어느 특정한 문예지 하나만을 설정해 놓고 그걸 진흥시키자는 중지를 모아 그 힘을 결집시키자고 하는 시녀 같은 말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 시조단에도 경향 구분없이 시조 전문지 몇 개쯤은 월간으로 발행되도록 하는 국가적 차원의 문예진흥책이 수립되고 실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김 준 옳으신 말씀입니다. 이는 마땅히 그리 되어야할 우리 시조단의 화두이기도 합니다. 허지만 우리 척박한 시조의 땅을 일구는데 국가가 무슨 일을 했습니까? 지난 40여년 동안 국가도 협회도 외면한 가운데 외로이 일개 개인의 사재로 시조문학을 지켜온 사람이 있습니다. 본지의 발행인 리태극 박사를 보십시오. 아직도 계간을 내는 데도 힘이 들고 시조를 사랑한다는 사람들의 협조가 미약합니다. 이번 호의 권두칼럼은 구순에 가까운 고령에도 온통 "협조, 또 협조"에 대한 당부뿐입니다. 우리 모두 이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여기 저기 자꾸 난립할 게 아니라 똑 부러지는 전문지 하나 탄탄하게 살려나갈 토양이 마련돼야 합니다. 박영식 관객이 없는 무대는 있으나 마나입니다. 이제는 전통이나 역사성만으로는 안되고 바로 이것이구나 하는 핵, 즉 나만이 갖고 있는 정신적 긍지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것입니다. 문예지는 수준 높은 작품을 게재하고 신인상제도나 기성에게 주어지는 문학상 역시 순수 작품성에 의해 오른 손을 들어주는 풍조가 정착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 친근감 있는 편집으로 육필원고 소개라든가 문인들간 추억거리 에피소드 소개로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가교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회자 언제부턴가 우리 시조단에는 아기 울음소리가 안 들린다는 말이 있는데 늙은 신인의 양산, 자기 재주 없음은 말하지 않으면서 시조의 틀이 좁네 한계를 논하는 사람들, 염불도 할 줄 모르면서 중입네 떠들며 감투나 젯밥에 눈이 어두운 게으르고 자기 개발 않는 기성시조인, 시집과 시조잡지의 현금구입은 아니하고 그저 받아보기만 바라고 뒷전에서 비아냥거리는 풍조는 어떻게 보십니까. 김 준 마땅히 타파해야지요. 이제야말로 벗어날 때가 되었습니다. 아집에서 벗어나 합심해야 삽니다. 시조인은 공부하고 시조를 써야 합니다. 그것도 아주 좋은 시를 써야 합니다. 다작보다는 과작이 좋습니다. 발표는 신중히 하고 독자를 무서워해야 합니다. 아기 울음소리 운운은 시조를 쓰는 시인들이 연령적으로 젊은 청소년층이 적고 노장년층이 많다는 뜻인 것 같은데 사실 이는 옳은 말씀입니다. 시조단이 이렇게 된 것은 매체들의 홀대에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우리 시조인들의 책임이 크다 하겠습니다. 그러나, 젊고 아니 젊고 하는 문제는, 저는, 시조인들의 신체적 연령보다 정신적 연령의 관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쓰는 시조가 젊어져야 읽는 독자들이 젊게 반응을 할텐데 치열한 현실인식이 없이 과거에 집착한다거나 현실에의 성찰, 도전의식이 없이 늙은 문학의식에 사로잡혀 있거나 꾸준한 자기개발 변화 없이 똑같은 내용과 유사한 표현을 반복하고만 있을 때 우리 시조는 외면 받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김교한 우리 주변을 보면 성공한 작가들은 대체로 등단과정이나 젊은 시절부터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잚은 후진에 많은 관심과 기대를 가지지 않을 수 없지요. 그러나, 시조의 밭은 천착할 사람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몫으로 마음을 다지고 자기찾기부터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시대가 변천해도 영원히 살아남을 수 잇는 시조의 생명은 내용면과 표현면에서 지속적으로 발전을 시도해야 하겠지만 젊은 시조지망생이 있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기성들이 후진을 확보할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문단에서 선후배는 자연스럽게 있는 것이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과거와 현재는 미래를 위해서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선배는 후배의 가능성을 기쁜 마음으로 이끌어주고 아껴주는데 있습니다. 문학교실, 백일장, 신춘문예, 문학지 등에서 젊은 신인을 발굴하고 추천하여 등단시키는 일은 긴요한 일입니다. 경 철 요즈음 교육계에서도 쓰는 말이지만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말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와 함께 시조와 동시조(童時調)로 나누고 시조단이든 동시조단이든 회원의식-원로, 중진, 신인-이 제고되는 가운데 서로가 서로를 향한 애정으로써 작품을 감상하고 소감을 발표하면서 서로의 장점을 칭찬하고 단점을 어루만져 그걸 보완해 주는 풍토를 조성해 가야할 것입니다. 사회자 좋은 말씀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제 마무리로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나 새 천년을 맞이하는 우리 시조단이 가야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 준 지금 밀레니엄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는 줄 압니다. 세기를 넘어가면서 우리가 해야할 일, 넘어야 할 산은 많습니다만 위에서 논의된 구습들은 마땅히 타파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난 세기 선인(先人)들의 공과를 추슬리며 원로는 솔선하여 화합에 나서고, 중진과 중견시인들은 원로와 선인들의 시작의 맥을 이어 절창을 남기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며, 신인들은 끊임없는 창작정신과 치열한 실험정신으로 '천년의 그릇'인 우리 시조의 틀에 우리 모국어의 아름다움을 겨레의 얼로서 다듬고 지켜나가는데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김교한 시조란 무엇인가 하고 물을 때 초중고 학생들은 한결같이 시조는 어렵다, 잘 모르겠다, 고리타분하다고들 하는데 이는 무언가 크게 잘못 인식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시조인들 중에 교사직에 있는 분들이 많은데 시조의 저변확대를 위해서는 교과서에 수록작품을 더 늘이도록 해야하고 서정성에 바탕을 둔 현대시조를 고시조와 동일시하는 풍조를 불식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참고로 제 주위의 사람들이 제가 쓰는 시조를 보고 시와 시조의 차이점이 무엇이냐, 시조가 어려운 줄 알았는데 일반 시(자유시를 말함)보다 더 쉬운 것 같더라는 말을 듣는 적이 많은데 이는 시조가 제대로 쓰고 제대로 알려만 진다면 얼마든지 시조의 입지를 넓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임종찬 시조가 어떤 것이어야 하나에 대한 반성의 기회, 학습의 기회를 자주 가져야 합니다. 모범되는 시조들을 후배들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시조시인으로서 너무 쉽게 추천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문젭니다. 시조를 시조답게 창작하도록 격려할 시조평론가가 절실하다고 봅니다. 경 철 불가의 인과경에는 욕지전생사(欲知前生事)거든 금생수자시(今生受者是)하고 욕지내생사(欲知來生事)거든 금생작자시(今生作者是)하라 하였는데, 이 모두 지금의 하는 일이 바로 어제 내가 하던 바이고 내일 내가 받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새 천년은 '지금 그리고 여기'(Now and Here),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고 실천하느냐 하는 자세와 실천에 따라서 펼쳐지는 것입니다. 단테는 "대지자(大知者)는 시간의 손실을 슬퍼한다"고 했어요. 앞으로 새 천년은 아무래도 더욱 인간다움의 생명력으로 맑은 공기가 가득해야 한다는 소망을 가져 봅니다. 한춘섭 제 모습이기도 한 <한국인의 얼>이라 할 시조문학이 알찬 과거 문화유산이기에 이는 응당 오늘에 살리고 미래로 계승되도록 해야 합니다. 민족의 정서도 그 근원은 한 뿌리지만 변모하는 줄기가 있어 불변하면서도 약간의 변이종의 열매와 꽃색깔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되며, 현대인은 어차피 서구사회의 문명충돌을 글 속에서 외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지금 혼돈의 시조단에 난무하는 뜨내기, 걸립패, 감투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세월이 흘러 1세기쯤 지나서 다음 세대의 시인, 평자에게 판가름날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므로 우리는 다가오는 세기에 대비하면서 매일매일을 시조시인으로서 충실하고 시조창작에 천착할 일 뿐입니다. 박영식 우리는 지금 두세기를 살아보는 행운속에 있습니다. 전파매체와 영상매체가 주도권을 쥔 21세기엔 보다 활자문화를 극소수화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삭막한 세기엔 과연 우리 민족이 정통성을 내세울 시조문학이 어떻게 뿌리내려 뻗어갈지 의구심마저듭니다. 요는 인성이 허물어지기 쉬운 현실적 괴리 앞에 부지런히 물기를 퍼대는 작업을 끊이지 않는 것이 새 천년을 향한 시조의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회자 바쁘신 가운데 참여해 주신 좌담자 여러분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시조문학 통권 133호 1999년 겨울호. 달가람시조문학회에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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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상, 매체, 문학권력 / 이명원 |
 돈 벌려는 詩風 / 세계일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