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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치기 들치기 시조시인에게 이른다.
"시조는 정형시가 아니다" 나는 그 한마디에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져 버렸다. 시조의 가파른 계곡을 오를 때 의지했던 지팡이가 바로 "시조는 정형시다" 라는 지팡이였기에 나는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면 안 되었다. 나는 학창 때 잘못 배웠다. 아니 나를 가르쳤던 선생님도 정형시에 억지로 편입시킨 자의 트릭에 속았는지도 모른다. 국토만 남북으로 갈라진 것이 아니다. 시조에도 3.8선이 있다. 일본의 하이꾸(俳句)는 세계서 몇 안 되는 정형시다. 하이꾸는 발생 초기부터 자수 하나 변하지 않고 고유어를 쓰면서 오늘 날 국민 시가 되었다. 허나 현대시조 창시자는 시조를 고시조와 현대시조로 3.8선 가르듯 갈라놓고 고시조를 경계한다. 현대시조는 외래어는 허용하면서도 현대어의 뿌리인 고유어를 배척한다. 일본인은 "일본어로 쓰여지지 않은 것은 하이꾸가 아니다"고 당당히 말하는데, " 고유어로 쓴 것은 시조가 아니다" 고 현대시조는 외친다. 유감스럽게도 작금 발표되는 현대시조시인 작품 대다수가 시조의 사망통지서와 같다. 누구나 쓸 수 있는 시답잖은 시조가 백주 대로에 활보하니, 시조의 정체성은 쓸쓸히 뒤안길을 걸어가고 있다. 왜 우리는 미완성인 시조를 하이꾸처럼 완성시켜 국민 시로 승화시키지 못하는가? 시조의 옷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 하여 자수를 제 마음대로 고치더니 급기야 국적불명에 사이비 시조를 탄생 시켜, 시중에 왕이요. 시중에 꽃인 시조를 시의 하녀로 이파리로 전략시켜 버렸는가 얼치기 들치기 시조시인에게 이른다. 시조도 고려청자나 이조백자처럼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 한 마디 아니 할 수 없다. 시조는 마음의 휴양처이지 뜻 없는 자의 놀이터가 아니다. 자유시보다 못한 시답잖은 작품으로 행사하여 시조의 질과 격을 떨어트린 자와, 현대인은 복잡다단하기에 43자 내외로는 담을 수 없다는 가당찮은 이유로 시조를 멸시 능멸한 자는, 시조 처마 밑에 궁상맞게 쪼그려 앉아있지 말고, 자수와 형식만큼은 그 누구도 시비 걸 사람이 없는 자유시 쪽으로 가는 것만이 그대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시조를 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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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시조도 한 걸음부터 |
 미당문학상에 대하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