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 매체, 문학권력 / 이명원 － ◀ 원문보기 클릭 ▶

이명원 문학평론가(racan@hanmail.net) 어떤 형식의 담론이든지 지배적인 담론과 싸울 때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정치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권력>과의 싸움은 장의 내부에서 실천하고 장의 외부에서 연대하는 비판 네트워크의 활성화로부터 시작된다. 그런 점에서 하나의 비평적 개입은 문화정치학의 논리를 필요로 한다. 이때, 문학권력과 싸운다는 것은 자기 내부의 불순한 권력에의 의지와도 싸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 싸움은 분열증적이다. 분열증적 주체의 힘겨운 싸움은 그래도 지속된다. 투쟁이 있는 한 역사는 존재한다. 권력은 공기처럼 존재한다. 가령 '선생-학생' 관계로 상징되는 '가르치다-배우다'의 과정은 우리들의 삶 속에서 흔히 구성되는 '권력-효과'의 기본형이다. 통속적인 권력개념에서 볼 때, 권력은 가르치는 자(주체/행위자)에 의해 형성되고 유포된다. 선생의 무미건조한 강의를 무턱대고 들어야 하는 고3 교실의 한 풍경이 그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때 선생은 침묵하는 다수에게 자신의 모노드라마를 거침없이 발설할 수 있는 '권력 효과'를 생산한다. 이러한 권력효과는 물론 '학교제도'라는 제도의 형성에서 기반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고 3교실에서의 선생은 이른바 제도적 권력의 수혜자이면서 행사자인 셈이다. 그러나 이 표면적인 권력효과의 이면에는 또 다른 '권력효과'가 존재한다. 그것은 권력효과의 대타적인 형식으로서의 학생들의 '반권력'이다. 가령 학생들은 이제 선생의 무미건조한 '모노드라마'를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가령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한다면, 그것은 '선생'의 권력 효과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반권력을 형성하는 것이다. 수업을 듣기는 하되 선생의 모노드라마를 무심하게 바라보기만 한다면, 그것 역시 반권력의 한 형식으로서 선생의 '권력효과'를 감쇄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권력이 두 행위자(선생/학생)에 의해서만 형성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이 두 행위자의 행위공간인 학교--더 정확히는 '학교제도'에서 창출된다는 사실이다. 고전적인 권력이론이 주목했던 것은 행위자의 주체성에 의거한 권력형성 효과였지만, 현대성의 세계에서는 제도적인 권력형성 조건을 고려해야 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가령 선생과 학생의 권력관계는 '학교제도' 속에서만 유효하다. 학교 밖에서 선생들의 모노드라마를 끈질기게 경청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치 않을 것과 같은 마찬가지로, 거부할 수업이 없는 '학교제도' 외부에서의 수업거부는 그 존립근거를 상실한다. 이러한 예는 '권력효과'를 행위자(주체)의 입장에서만, 역으로 '제도'의 입장에서만 일방적으로 고찰하는 것의 문제점을 환기시키기 위한 한 예에 불과하다. 문학권력과 관련하여 내가 앞으로 진행시킬 논의의 기본적인 관점은, 권력에 대한 탐구는 '행위자와 제도의 관계성 또는 상호성'에 대한 복합적인 시선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문학권력'이라고 할 때, 그것은 권력효과를 형성하는 독특한 개인일 수도 있지만, 그러한 효과를 창출시키는 '가능성의 조건'인 제도성의 문제까지를 고찰하여야 한다. 가령 강준만은 {인물과 사상}이라는 저널룩을 통해 백낙청과 김병익을 '문학권력'으로 지칭한 바 있다. 문학적 권력자로서의 백낙청과 김병익은 표면적으로는 사회적 행위자(오피니언 리더)로서의 독특한 카리스마를 소유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들의 권력 형성 효과의 기반은 <창작과비평사>와 <문학과지성사>라는 문화-제도적 장치이다. 만일 백낙청과 김병익이 프리랜서로서 활동하고 있다면, 그들이 발생시키는 '권력효과'는 현저하게 감소되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다시 권력은 행위자와 제도 사이의 관계성에 대한 성찰에서 출발한다. 문학권력이라는 주제와 관련하여 필자는 '문학상과 매체'라는 리트머스 시험지를 활용하기로 한다. '문학상과 매체'라는 제도적 장치는 제도 속의 행위자--문인에게 압도적인 영향을 끼친다. 문인으로서의 자기-정체성은 물론 한 문인이 생산한 저작들로부터 일차 기원하지만, 그것의 사회적 '승인'은 이러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가능해지며, 이러한 '제도적 승인'이 역으로 한 문인의 정체성의 조건을 변모시킨다. 행위자와 제도는 작용과 반작용을 계속한다. 이것이 권력의 동력학이다. 문학공간으로 돌아와서, 최근 이인화의 <이상문학상> 수상과 관련하여 상당한 파문이 일고 있다. 이인화의 <이상문학상> 수상과 관련한 파문에는 대략 다음 두 가지 문제의식이 개입되어 있다. 첫째, 과연 이인화라는 작가가 <이상문학상>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가 라는 문제와 둘째, 설령 이인화의 <이상문학상> 수상을 용인한다고 할지라도, 그렇다면 <이상문학상>의 권위와 진정성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그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행위자로서의 이인화와 제도적 장치로서의 <이상문학상>이 작용과 반작용을 거듭하면서, 문학권력의 문제에 대한 탐구를 필요로 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이인화의 <이상문학상> 수상'이라는 문제에 논의를 집중하지는 않겠다(이점에 대해서는 전병문 씨의 [이상문학상은 이상의 탈을 벗어라]라는 글과 월간 {말} 3월호에 발표될 필자의 [누가 돌을 던졌단 말인가?]라는 글을 참고하시기를 부탁드린다). 이인화의 <이상문학상> 수상을 '권력효과'라는 관점에서 고찰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이인화의 문학세계에 대한 '공적 승인'의 형태를 띤다는 점에 있다. 한 사람의 문인이 <문학상>을 받는다는 것은 그의 작품세계가 문학의 역사 속에서 준거점--문학사의 유효한 참고점(point of view)으로 기능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인화의 <이상문학상> 수상이 문제적인 것은 그가 권위있는 문학상의 수상자가 되었다는 사실 때문이라기보다는, 이러한 과정 속에서, 이인화의 도발적인 문학적 탈선이 제도적으로 공인되었다는 데에 있다. 문학상에는 대략 다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신춘문예 및 잡지 신인상 등과 같은 신인 발굴의 차원에서 시행되는 문학상이 하나이며,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과 같은 기성 문인들의 문학적 업적을 공적으로 승인한다는 셩격을 지닌 문학상이 그것이다. 전자의 문학상은 문인으로서의 '자격의 획득'을, 후자의 문학상은 문인으로서의 '상징자본' 및 '권력효과'의 창출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문제는 오늘날의 문학현실이 이러한 두 영역 모두에서 상당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가령 신춘문예와 신인문학상의 문제를 고찰해 보자. 신춘문예 및 신인상의 기본적인 문제는 문인이 되는 길은 제한되어 있는데, 문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많다는, 그러니까 수요에 비해 공급이 과잉된다는 점에 있다. 단 한 명의 시인을 뽑으려 하는데, 지원자는 수천 명이다. 이런 경우 '문인으로서의 자격'을 부여하는 행위자로서의 심사위원에게 부여된 제도적 권력이 강화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러므로 이때 예비문인과 심사위원 사이에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권력관계가 형성된다. 그 권력관계가 부당한 것이라는 사실은 신춘문예 규정에서도 잘 나타난다. 가령 중복투고 금지 규정이 있다. 이 규정은 동일한 시기에 여러 신문사가 동시에 신춘문예를 공모하는 데서 나타나는 한 현상이다. 각각의 신문사는 각 신문사의 위상에 합당한 고유한 신인을 뽑기를 원한다. 그런데 자기 신문사에 당선된 사람이 타신문사에서도 동시에 당선된다면, 거기에는 차별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이 규정이 신설되기 전에 몇몇 문인들이 중복 당선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규정은 가뜩이나 바늘구멍인 등단의 기회를 더 좁히는 결과를 초래한다. 문제는 형평성이다. 신춘문예 지원자가 중복투고를 금지당하는 것과는 달리 심사위원의 중복심사는 쉽게 용인된다. 한 사람의 심사위원이 지방지를 포함하여 서너 개의 신춘문예를 심사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아주 자연스런 관행이 되었다. 소수의 문인에게 신춘문예 및 신인상 심사가 집중됨으로서 심사위원의 제도적 권력은 한층 강화된다. 이 강화된 권력이 초래하는 것은 단지 등단의 유무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심사를 독점하는 이러한 일군의 문인들의 개인적인 취향과 기호가 곧바로 예비문인들의 창작에 간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신춘문예에 투고하기 전 많은 수의 예비문인들이 수년간의 심사위원의 명단을 검토하는 사례까지 존재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문학관이라는 것이 어차피 한 개인의 취향과 기호에 크게 의존하는 것이라면, 지원자의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예상 심사위원의 기호와 취향에 걸 맞는 작품을 쓰는 안전한 방향으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수정하려 할 확률이 높다. 일단은 등단이 최고의 목적이며 자신의 본래의 기량은 등단 후에 실컷 펼쳐 보이면 되지 않느냐는 무의식도 여기에 동반된다. 심사위원의 중복심사가 문제가 된다면, 심사위원 개인의 문학성에 대한 사유가 지원자들 에게 압도적 영향을 끼치며, 다시 그것이 한 시대의 문학적 경향성을 생산하는 맹아로서 작용한다는 점에 있다. 그러니까 이른바 심사위원이라는 제도적 권력이 심미적 취향의 경향성 을 확대재생산하는 기반으로 작용한다는 데에 사실은 가장 큰 문제점이 잠복되어 있다. 다양한 형태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문학공간에서 신춘문예 제도는 여타의 신인상 제도보다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그런대로 유지하고 있는 편이다. 물론 그것은 신춘문예 심사위원의 개인적인 입장과는 별다른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 문제는 신춘문예 시행사인 메이저 언론사들이 <신춘문예>를 자기 신문사의 문화적 위상을 간접적으로 홍보하는 '상징적인 가치'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지, 그것을 통해 자본의 재생산과 같은 물적 효과를 기대하지 않는 데서 파생되는 문제이다. 바꿔 말해, 신춘문예 제도는 아직까지 자본의 외압이라는 측면 에서 보자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셈이다(물론, 올해 신춘문예 당선자를 제일기획이 특채의 형식으로 뽑아간 예에서 알 수 있듯, 물적 자본이 직접 신춘문예 당선자에게 손을 건네는 경우도 있긴 하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지극히 이례적인 현상임에 분명하다). 잡지의 <신인문학상> 제도가 있다.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이나 <{작가세계} 신인문학상>과 같은 것이 그런 경우이다. 이들 잡지에서 주관하는 신인상은 신춘문예에 비하자면,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는 것이 사실이지만, 실리(?)라는 측면에서 보면 예비문인들에게 더욱 많은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사실이다. "신춘문예를 통해 '이름'을 얻고 잡지 <신인문학상>을 통해 '실리'를 얻는다"는 것은 예비문인들 사이에서는 흔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잡지의 <신인문학상>의 경우, 해당 잡지 출신의 작가들에게 작품 발표의 기회를 비교적 관대하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신춘문예 출신이 '문단의 미아'로 전락하는 와중에도, 잡지 출신 문인들은 믿음직한 '친정'의 품속에서 안정적인 문학활동을 계획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그것은 한 잡지 출신의 문인이 문명을 떨치면, 출신 잡지 역시 고유한 '네임 밸류'를 얻게 되고, 그 결과 출판사의 단행본 판매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단행본 출판사가 운영하는 잡지 <신인문학상> 출신 작가들은 신춘문예 출신 작가들에 비해 비교적 폭넓은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작가와 출신 잡지사와의 관계가 긴밀해지면 긴밀해질수록, 한 작가의 고유한 문학적 입장은 종속적인 차원으로 전락하기 쉽다는 점에 있다. 90년대 문학전문 출판사인 {문학동네} 출신 작가들의 약진은, 어떤 의미에서 {문학동네} 진영의 편집위원과 출판사의 대외 홍보, 언론의 조명과 같은 '이벤트 마인드'에 힘입은 바 크다. 단행본 출판사가 경영하는 잡지의 <신인문학상>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될 부분은 장편 소설 분야이다. 시라든가 단편소설의 경우는 즉각적으로 상품화될 확률이 극히 작다. 그러나 장편소설은 <신인문학상>의 스포트라이트가 상품으로서의 운명으로 전환될 확률이 아주 높다. 곧 장사가 된다는 이야기다. 가령 민음사가 제정한 {오늘의 작가상}이나 세계사가 제정한 {작가세계문학상}, 문학동네의 {문학동네 신인소설상}과 같은 경우는 등단과 동시에 자본의 수혜를 얻는 작가들에게는 그야말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작가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러한 상황은 안정적인 작품 활동의 한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계기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출판사의 입장이다. 상당한 액수의 상금을 내걸고 출판사가 문학상을 운영하는 것은 그러한 투자를 상쇄시키고도 남을 물적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물론 자본주의적 질서 속에서 출판사의 '경영마인드'를 그 자체로 비난하기는 힘들다. 좋은 작품이 독자들에게 상당한 파급효과를 끼치면서 읽혀 나가고, 그것이 출판사의 경영상의 어려움을 해결해 준 결과, 보다 가치 있는 책의 출판에 기여하게 된다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문제는 90년대의 공간에서 소위 문학전문 출판사가 제정/시행하고 있는 장편소설상들이 대개는 '문화적 가치'라는 측면을 도외시한 채, '자본의 획득'이라는 측면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이 자본에의 집중의 태도는 대중문화의 '스타시스템'을 고스란히 모방하는 과정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이제 막 등단을 한 신인들의 경우는 문학계와는 별다른 연고관계를 맺지 않고 있기 때문에, 많은 경우 출신 잡지사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연고가 없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작품을 발표할 지면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잡지사나 출판사는 이러한 신인작가들의 곤란을 적극적으로 해소하는 매니저의 역할을 흔히 담당한다. 자신과 안면이 있는 타 잡지의 관계자에게 작품 발표 기회를 제공해 달라고 하거나, 출판사 주체의 주기적인 회합과 술자리를 통해, 동료 작가들이나 잡지 편집자, 문학담당 기자들과의 자연스러운 관계를 형성시켜 준다거나 하는 방식을 통해 작가들을 관리하는 것이다. 기성문인들의 문학적 업적에 대한 공적인 승인과 창작욕구의 자극을 위해 시행되는 문학상이 있다.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문학상은 오랜 연륜을 가진 문학상이기에, 이 문학상의 수상작가들은 즉각적으로 우리 문학의 현수준을 보여주는 나침반으로 기능한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90년대의 공간에서 이러한 종류의 문학상 역시 상업주의와의 타협이라는 부정적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문예지에 발표된 단편 소설을 시상 대상으로 하고 수상작과 추천 우수작을 단행본으로 묶어 작품집을 내는 관행은 1977년 <이상문학상>을 계기로 일반화된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이 기획된 것은 <문학상수상작품집>의 판매 수익을 문학상 유지의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출판사의 의도가 개입되어 있다. 물론 이러한 기획 자체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문제는 그것이 문학상의 재원확보라는 원래의 취지와 목적을 상실하고,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이윤을 창출한다는 '자본의 법칙'에 종속된 측면이 없지 않다는 점에 있다. 가령 이인화의 <이상문학상> 수상과 관련한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문학사상사가 성급하게 내 놓은 아래와 같은 대응논리를 잠시 살펴보기로 하자. 모든 비용을 제외한 {이상작품집}의 수익은 막대한 적자를 지고 있는 문예지 월간 {문학사상}을 중단 없이 발간케 하는 데 보탬이 되고 있고, 또한 수익성이 없는 양서의 출판, 그리고 대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당사 주관의 4개 부문의 문학상의 운영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 [누가 왜 <이상문학상>에 돌을 던지는가?], {문학사상}, 2000년 2월호- 물론 위의 주장은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역으로 위의 인용문은 문학사상사가 회사의 사운을 온통 이상문학상에 걸고 있다는 '무의식'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위의 인용문에 따르면, 이상문학상이 없다면 문학사상사는 도저히 운영이 안 되는 그런 출판사처럼 보인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가령 문학사상사는 수익성이 없는 양서의 출판에 이상문학상이 절대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하는데, 과연 문학사상사의 책들은 모두가 양서인가. 가벼운 수필류로부터 팔릴만한 베스트셀러(가령,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들)까지, 문학사상사는 상당히 많은 책들을 출판하지 않았는가. 위의 인용문은 문학사상사 측의 의도와는 전혀 반대로, 이상문학상의 상업적 요구라는 측면을 매우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이상문학상>의 제정 초기의 취지--작품집의 판매는 <이상문학상>의 운영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한다--를 무색케 하는 이러한 변화가 의미하는 것은 명백하다. 문학상을 통해 장사를 해먹겠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기이한 것은 문학사상사의 논리대로라면, 해마다 한국 문학의 지평을 넓히는 우수한 작품들이 끊이지 않고 산출되고 있는 것이 우리 문학의 현 주소다. 이상하지 않은가. 문학의 위기이고 소설의 빈곤이라는 진단이 거침없이 표출되는 이 현실 속에서 말이다. 물론 문학상의 가치하락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문인들 자신에게 있는 것이지만, 문학상의 운영 주체인 출판자본과 더 밀접하게 관련되는 문제일 것이다. 문학상의 심사위원이라고 해서, 자신의 문학적 의지를 만족할 만한 수준에서 관철시키기는 어렵다. 그것은 김정란 씨의 지적처럼 90년대의 문학이 "문예지 중심에서 출판사 중심으로 이동"한 데서 나타난 한 결과이다. 엄청난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단행본 출판사가 문예지를 발행하는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물론 이러한 질문은 이들 출판사들이 문학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견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던져진 질문이다. 문예지를 낸다는 것은 당장에는 적자이겠으나, 그 문예지를 통하여 다양한 수의 필자를 섭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좋은 필자의 발굴이야말로 출판시장에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이와 함께 문예지의 발간은 출판사의 대외 인지도를 향상시키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문예지의 발간을 통해 출판사의 대외 인지도가 높아지면, 즉각적으로 해당 출판사의 단행본 판매를 촉진시키는 역할은 하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매우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문예지를 운영하는 단행본 출판사에는 '편집위원'이니 '기획위원'이니 하는 직책으로 지명도 있는 문인들이 관련을 맺고 있다. 이들 문인들은 물론 잡지의 기획과 편집에 관련된 일을 수행한다. 문제는 독립성이다. 잡지의 발간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이 없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판매와 전혀 관련 없이 문예지를 기획하고 편집하기에는 상당한 부담이 뒤따른다. 이런 부담 때문에 많은 경우, 출판사의 신간이나 출판사에서 상품화시키고자 하는 작품에 대한 덕담비평을 쓰지 않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러한 연결고리로부터 완전하게 벗어난다는 것은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문예지의 편집위원이라는 직책이 갖고 있는 제도적 권력의 유혹이 너무나 강력하기 때문이다. 한 잡지의 편집위원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원고를 손쉽게 발표할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투고된 원고들에 대한 취사선택권이 있다. 출판사는 편집위원이나 기획위원들에게 매체를 통해 이러한 권력을 위임해 주고, 편집위원들은 이에 대한 보상적 성격으로서의 호평을 남발한다. 90년대 이후의 <문학권력>에 대한 논의는 이러한 권력의 작용과 반작용에 대한 섬세한 인식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때 성찰성은 자신의 내면에 대한 끊임없는 점검과 함께 자신을 둘러싼 제도에 대한 자의식을 동시에 견지하라는 사명감을 주체에게 부여한다. 욕망과 권력을 완전히 부정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울 뿐만이 아니라 가능한 일이 아니다. 문제는 욕망과 권력에의 의지를 보다 공공적이며 생산적인 관점에서 교류시키고 결합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은 문학상이라는 고립적인 지평에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우리 사회의 모순은 감자뿌리처럼 얽혀 있기 때문이다. 어떤 형식의 담론이든지 지배적인 담론과 싸울 때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정치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권력>과의 싸움은 장의 내부에서 실천하고 장의 외부에서 연대하는 비판 네트워크의 활성화로부터 시작된다. 그런 점에서 하나의 비평적 개입은 문화정치학의 논리를 필요로 한다. 이때, 문학권력과 싸운다는 것은 자기 내부의 불순한 권력에의 의지와도 싸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 싸움은 분열증적이다. 분열증적 주체의 힘겨운 싸움은 그래도 지속된다. 투쟁이 있는 한 역사는 존재한다

ㆍ작성자	검정삿갓
ㆍ작성일	2005/04/12 (화) 01:35
ㆍ분 류	기타

ㆍ조회: 2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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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 매체, 문학권력 / 이명원

권력은 공기처럼 존재한다. 가령 '선생-학생' 관계로 상징되는 '가르치다-배우다'의 과정은 우리들의 삶 속에서 흔히 구성되는 '권력-효과'의 기본형이다. 통속적인 권력개념에서 볼 때, 권력은 가르치는 자(주체/행위자)에 의해 형성되고 유포된다. 선생의 무미건조한 강의를 무턱대고 들어야 하는 고3 교실의 한 풍경이 그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때 선생은 침묵하는 다수에게 자신의 모노드라마를 거침없이 발설할 수 있는 '권력 효과'를 생산한다. 이러한 권력효과는 물론 '학교제도'라는 제도의 형성에서 기반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고 3교실에서의 선생은 이른바 제도적 권력의 수혜자이면서 행사자인 셈이다. 그러나 이 표면적인 권력효과의 이면에는 또 다른 '권력효과'가 존재한다.
그것은 권력효과의 대타적인 형식으로서의 학생들의 '반권력'이다. 가령 학생들은 이제 선생의 무미건조한 '모노드라마'를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가령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한다면, 그것은 '선생'의 권력 효과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반권력을 형성하는 것이다. 수업을 듣기는 하되 선생의 모노드라마를 무심하게 바라보기만 한다면, 그것 역시 반권력의 한 형식으로서 선생의 '권력효과'를 감쇄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권력이 두 행위자(선생/학생)에 의해서만 형성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이 두 행위자의 행위공간인 학교--더 정확히는 '학교제도'에서 창출된다는 사실이다.

고전적인 권력이론이 주목했던 것은 행위자의 주체성에 의거한 권력형성 효과였지만, 현대성의 세계에서는 제도적인 권력형성 조건을 고려해야 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가령 선생과 학생의 권력관계는 '학교제도' 속에서만 유효하다. 학교 밖에서 선생들의 모노드라마를 끈질기게 경청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치 않을 것과 같은 마찬가지로, 거부할 수업이 없는 '학교제도' 외부에서의 수업거부는 그 존립근거를 상실한다. 이러한 예는 '권력효과'를 행위자(주체)의 입장에서만, 역으로 '제도'의 입장에서만 일방적으로 고찰하는 것의 문제점을 환기시키기 위한 한 예에 불과하다. 문학권력과 관련하여 내가 앞으로 진행시킬 논의의 기본적인 관점은, 권력에 대한 탐구는 '행위자와 제도의 관계성 또는 상호성'에 대한 복합적인 시선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문학권력'이라고 할 때, 그것은 권력효과를 형성하는 독특한 개인일 수도 있지만, 그러한 효과를 창출시키는 '가능성의 조건'인 제도성의 문제까지를 고찰하여야 한다. 가령 강준만은 {인물과 사상}이라는 저널룩을 통해 백낙청과 김병익을 '문학권력'으로 지칭한 바 있다.

문학적 권력자로서의 백낙청과 김병익은 표면적으로는 사회적 행위자(오피니언 리더)로서의 독특한 카리스마를 소유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들의 권력 형성 효과의 기반은 <창작과비평사>와 <문학과지성사>라는 문화-제도적 장치이다. 만일 백낙청과 김병익이 프리랜서로서 활동하고 있다면, 그들이 발생시키는 '권력효과'는 현저하게 감소되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다시 권력은 행위자와 제도 사이의 관계성에 대한 성찰에서 출발한다. 문학권력이라는 주제와 관련하여 필자는 '문학상과 매체'라는 리트머스 시험지를 활용하기로 한다. '문학상과 매체'라는 제도적 장치는 제도 속의 행위자--문인에게 압도적인 영향을 끼친다. 문인으로서의 자기-정체성은 물론 한 문인이 생산한 저작들로부터 일차 기원하지만, 그것의 사회적 '승인'은 이러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가능해지며, 이러한 '제도적 승인'이 역으로 한 문인의 정체성의 조건을 변모시킨다. 행위자와 제도는 작용과 반작용을 계속한다. 이것이 권력의 동력학이다. 문학공간으로 돌아와서, 최근 이인화의 <이상문학상> 수상과 관련하여 상당한 파문이 일고 있다.

이인화의 <이상문학상> 수상과 관련한 파문에는 대략 다음 두 가지 문제의식이 개입되어 있다. 첫째, 과연 이인화라는 작가가 <이상문학상>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가 라는 문제와 둘째, 설령 이인화의 <이상문학상> 수상을 용인한다고 할지라도, 그렇다면 <이상문학상>의 권위와 진정성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그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행위자로서의 이인화와 제도적 장치로서의 <이상문학상>이 작용과 반작용을 거듭하면서, 문학권력의 문제에 대한 탐구를 필요로 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이인화의 <이상문학상> 수상'이라는 문제에 논의를 집중하지는 않겠다(이점에 대해서는 전병문 씨의 [이상문학상은 이상의 탈을 벗어라]라는 글과 월간 {말} 3월호에 발표될 필자의 [누가 돌을 던졌단 말인가?]라는 글을 참고하시기를 부탁드린다). 이인화의 <이상문학상> 수상을 '권력효과'라는 관점에서 고찰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이인화의 문학세계에 대한 '공적 승인'의 형태를 띤다는 점에 있다.

한 사람의 문인이 <문학상>을 받는다는 것은 그의 작품세계가 문학의 역사 속에서 준거점--문학사의 유효한 참고점(point of view)으로 기능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인화의 <이상문학상> 수상이 문제적인 것은 그가 권위있는 문학상의 수상자가 되었다는 사실 때문이라기보다는, 이러한 과정 속에서, 이인화의 도발적인 문학적 탈선이 제도적으로 공인되었다는 데에 있다. 문학상에는 대략 다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신춘문예 및 잡지 신인상 등과 같은 신인 발굴의 차원에서 시행되는 문학상이 하나이며,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과 같은 기성 문인들의 문학적 업적을 공적으로 승인한다는 셩격을 지닌 문학상이 그것이다. 전자의 문학상은 문인으로서의 '자격의 획득'을, 후자의 문학상은 문인으로서의 '상징자본' 및 '권력효과'의 창출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문제는 오늘날의 문학현실이 이러한 두 영역 모두에서 상당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가령 신춘문예와 신인문학상의 문제를 고찰해 보자. 신춘문예 및 신인상의 기본적인 문제는 문인이 되는 길은 제한되어 있는데, 문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많다는, 그러니까 수요에 비해 공급이 과잉된다는 점에 있다. 단 한 명의 시인을 뽑으려 하는데, 지원자는 수천 명이다. 이런 경우 '문인으로서의 자격'을 부여하는 행위자로서의 심사위원에게 부여된 제도적 권력이 강화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러므로 이때 예비문인과 심사위원 사이에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권력관계가 형성된다. 그 권력관계가 부당한 것이라는 사실은 신춘문예 규정에서도 잘 나타난다.

가령 중복투고 금지 규정이 있다. 이 규정은 동일한 시기에 여러 신문사가 동시에 신춘문예를 공모하는 데서 나타나는 한 현상이다. 각각의 신문사는 각 신문사의 위상에 합당한 고유한 신인을 뽑기를 원한다. 그런데 자기 신문사에 당선된 사람이 타신문사에서도 동시에 당선된다면, 거기에는 차별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이 규정이 신설되기 전에 몇몇 문인들이 중복 당선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규정은 가뜩이나 바늘구멍인 등단의 기회를 더 좁히는 결과를 초래한다. 문제는 형평성이다. 신춘문예 지원자가 중복투고를 금지당하는 것과는 달리 심사위원의 중복심사는 쉽게 용인된다.

한 사람의 심사위원이 지방지를 포함하여 서너 개의 신춘문예를 심사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아주 자연스런 관행이 되었다. 소수의 문인에게 신춘문예 및 신인상 심사가 집중됨으로서 심사위원의 제도적 권력은 한층 강화된다. 이 강화된 권력이 초래하는 것은 단지 등단의 유무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심사를 독점하는 이러한 일군의 문인들의 개인적인 취향과 기호가 곧바로 예비문인들의 창작에 간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신춘문예에 투고하기 전 많은 수의 예비문인들이 수년간의 심사위원의 명단을 검토하는 사례까지 존재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문학관이라는 것이 어차피 한 개인의 취향과 기호에 크게 의존하는 것이라면, 지원자의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예상 심사위원의 기호와 취향에 걸 맞는 작품을 쓰는 안전한 방향으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수정하려 할 확률이 높다.

일단은 등단이 최고의 목적이며 자신의 본래의 기량은 등단 후에 실컷 펼쳐 보이면 되지 않느냐는 무의식도 여기에 동반된다. 심사위원의 중복심사가 문제가 된다면, 심사위원 개인의 문학성에 대한 사유가 지원자들 에게 압도적 영향을 끼치며, 다시 그것이 한 시대의 문학적 경향성을 생산하는 맹아로서 작용한다는 점에 있다. 그러니까 이른바 심사위원이라는 제도적 권력이 심미적 취향의 경향성 을 확대재생산하는 기반으로 작용한다는 데에 사실은 가장 큰 문제점이 잠복되어 있다. 다양한 형태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문학공간에서 신춘문예 제도는 여타의 신인상 제도보다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그런대로 유지하고 있는 편이다. 물론 그것은 신춘문예 심사위원의 개인적인 입장과는 별다른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 문제는 신춘문예 시행사인 메이저 언론사들이 <신춘문예>를 자기 신문사의 문화적 위상을 간접적으로 홍보하는 '상징적인 가치'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지, 그것을 통해 자본의 재생산과 같은 물적 효과를 기대하지 않는 데서 파생되는 문제이다.

바꿔 말해, 신춘문예 제도는 아직까지 자본의 외압이라는 측면 에서 보자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셈이다(물론, 올해 신춘문예 당선자를 제일기획이 특채의 형식으로 뽑아간 예에서 알 수 있듯, 물적 자본이 직접 신춘문예 당선자에게 손을 건네는 경우도 있긴 하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지극히 이례적인 현상임에 분명하다). 잡지의 <신인문학상> 제도가 있다.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이나 <{작가세계} 신인문학상>과 같은 것이 그런 경우이다. 이들 잡지에서 주관하는 신인상은 신춘문예에 비하자면,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는 것이 사실이지만, 실리(?)라는 측면에서 보면 예비문인들에게 더욱 많은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사실이다.

"신춘문예를 통해 '이름'을 얻고 잡지 <신인문학상>을 통해 '실리'를 얻는다"는 것은 예비문인들 사이에서는 흔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잡지의 <신인문학상>의 경우, 해당 잡지 출신의 작가들에게 작품 발표의 기회를 비교적 관대하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신춘문예 출신이 '문단의 미아'로 전락하는 와중에도, 잡지 출신 문인들은 믿음직한 '친정'의 품속에서 안정적인 문학활동을 계획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그것은 한 잡지 출신의 문인이 문명을 떨치면, 출신 잡지 역시 고유한 '네임 밸류'를 얻게 되고, 그 결과 출판사의 단행본 판매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단행본 출판사가 운영하는 잡지 <신인문학상> 출신 작가들은 신춘문예 출신 작가들에 비해 비교적 폭넓은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작가와 출신 잡지사와의 관계가 긴밀해지면 긴밀해질수록, 한 작가의 고유한 문학적 입장은 종속적인 차원으로 전락하기 쉽다는 점에 있다.

90년대 문학전문 출판사인 {문학동네} 출신 작가들의 약진은, 어떤 의미에서 {문학동네} 진영의 편집위원과 출판사의 대외 홍보, 언론의 조명과 같은 '이벤트 마인드'에 힘입은 바 크다. 단행본 출판사가 경영하는 잡지의 <신인문학상>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될 부분은 장편 소설 분야이다. 시라든가 단편소설의 경우는 즉각적으로 상품화될 확률이 극히 작다. 그러나 장편소설은 <신인문학상>의 스포트라이트가 상품으로서의 운명으로 전환될 확률이 아주 높다. 곧 장사가 된다는 이야기다. 가령 민음사가 제정한 {오늘의 작가상}이나 세계사가 제정한 {작가세계문학상}, 문학동네의 {문학동네 신인소설상}과 같은 경우는 등단과 동시에 자본의 수혜를 얻는 작가들에게는 그야말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작가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러한 상황은 안정적인 작품 활동의 한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계기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출판사의 입장이다. 상당한 액수의 상금을 내걸고 출판사가 문학상을 운영하는 것은 그러한 투자를 상쇄시키고도 남을 물적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물론 자본주의적 질서 속에서 출판사의 '경영마인드'를 그 자체로 비난하기는 힘들다. 좋은 작품이 독자들에게 상당한 파급효과를 끼치면서 읽혀 나가고, 그것이 출판사의 경영상의 어려움을 해결해 준 결과, 보다 가치 있는 책의 출판에 기여하게 된다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문제는 90년대의 공간에서 소위 문학전문 출판사가 제정/시행하고 있는 장편소설상들이 대개는 '문화적 가치'라는 측면을 도외시한 채, '자본의 획득'이라는 측면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이 자본에의 집중의 태도는 대중문화의 '스타시스템'을 고스란히 모방하는 과정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이제 막 등단을 한 신인들의 경우는 문학계와는 별다른 연고관계를 맺지 않고 있기 때문에, 많은 경우 출신 잡지사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연고가 없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작품을 발표할 지면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잡지사나 출판사는 이러한 신인작가들의 곤란을 적극적으로 해소하는 매니저의 역할을 흔히 담당한다. 자신과 안면이 있는 타 잡지의 관계자에게 작품 발표 기회를 제공해 달라고 하거나, 출판사 주체의 주기적인 회합과 술자리를 통해, 동료 작가들이나 잡지 편집자, 문학담당 기자들과의 자연스러운 관계를 형성시켜 준다거나 하는 방식을 통해 작가들을 관리하는 것이다. 기성문인들의 문학적 업적에 대한 공적인 승인과 창작욕구의 자극을 위해 시행되는 문학상이 있다.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문학상은 오랜 연륜을 가진 문학상이기에, 이 문학상의 수상작가들은 즉각적으로 우리 문학의 현수준을 보여주는 나침반으로 기능한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90년대의 공간에서 이러한 종류의 문학상 역시 상업주의와의 타협이라는 부정적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문예지에 발표된 단편 소설을 시상 대상으로 하고 수상작과 추천 우수작을 단행본으로 묶어 작품집을 내는 관행은 1977년 <이상문학상>을 계기로 일반화된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이 기획된 것은 <문학상수상작품집>의 판매 수익을 문학상 유지의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출판사의 의도가 개입되어 있다. 물론 이러한 기획 자체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문제는 그것이 문학상의 재원확보라는 원래의 취지와 목적을 상실하고,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이윤을 창출한다는 '자본의 법칙'에 종속된 측면이 없지 않다는 점에 있다. 가령 이인화의 <이상문학상> 수상과 관련한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문학사상사가 성급하게 내 놓은 아래와 같은 대응논리를 잠시 살펴보기로 하자.
모든 비용을 제외한 {이상작품집}의 수익은 막대한 적자를 지고 있는 문예지 월간 {문학사상}을 중단 없이 발간케 하는 데 보탬이 되고 있고, 또한 수익성이 없는 양서의 출판, 그리고 대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당사 주관의 4개 부문의 문학상의 운영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 [누가 왜 <이상문학상>에 돌을 던지는가?], {문학사상}, 2000년 2월호- 물론 위의 주장은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역으로 위의 인용문은 문학사상사가 회사의 사운을 온통 이상문학상에 걸고 있다는 '무의식'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위의 인용문에 따르면, 이상문학상이 없다면 문학사상사는 도저히 운영이 안 되는 그런 출판사처럼 보인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가령 문학사상사는 수익성이 없는 양서의 출판에 이상문학상이 절대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하는데, 과연 문학사상사의 책들은 모두가 양서인가. 가벼운 수필류로부터 팔릴만한 베스트셀러(가령,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들)까지, 문학사상사는 상당히 많은 책들을 출판하지 않았는가. 위의 인용문은 문학사상사 측의 의도와는 전혀 반대로, 이상문학상의 상업적 요구라는 측면을 매우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이상문학상>의 제정 초기의 취지--작품집의 판매는 <이상문학상>의 운영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한다--를 무색케 하는 이러한 변화가 의미하는 것은 명백하다. 문학상을 통해 장사를 해먹겠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기이한 것은 문학사상사의 논리대로라면, 해마다 한국 문학의 지평을 넓히는 우수한 작품들이 끊이지 않고 산출되고 있는 것이 우리 문학의 현 주소다.

이상하지 않은가. 문학의 위기이고 소설의 빈곤이라는 진단이 거침없이 표출되는 이 현실 속에서 말이다. 물론 문학상의 가치하락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문인들 자신에게 있는 것이지만, 문학상의 운영 주체인 출판자본과 더 밀접하게 관련되는 문제일 것이다. 문학상의 심사위원이라고 해서, 자신의 문학적 의지를 만족할 만한 수준에서 관철시키기는 어렵다. 그것은 김정란 씨의 지적처럼 90년대의 문학이 "문예지 중심에서 출판사 중심으로 이동"한 데서 나타난 한 결과이다. 엄청난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단행본 출판사가 문예지를 발행하는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물론 이러한 질문은 이들 출판사들이 문학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견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던져진 질문이다. 문예지를 낸다는 것은 당장에는 적자이겠으나, 그 문예지를 통하여 다양한 수의 필자를 섭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좋은 필자의 발굴이야말로 출판시장에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이와 함께 문예지의 발간은 출판사의 대외 인지도를 향상시키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문예지의 발간을 통해 출판사의 대외 인지도가 높아지면, 즉각적으로 해당 출판사의 단행본 판매를 촉진시키는 역할은 하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매우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문예지를 운영하는 단행본 출판사에는 '편집위원'이니 '기획위원'이니 하는 직책으로 지명도 있는 문인들이 관련을 맺고 있다. 이들 문인들은 물론 잡지의 기획과 편집에 관련된 일을 수행한다.

문제는 독립성이다. 잡지의 발간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이 없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판매와 전혀 관련 없이 문예지를 기획하고 편집하기에는 상당한 부담이 뒤따른다. 이런 부담 때문에 많은 경우, 출판사의 신간이나 출판사에서 상품화시키고자 하는 작품에 대한 덕담비평을 쓰지 않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러한 연결고리로부터 완전하게 벗어난다는 것은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문예지의 편집위원이라는 직책이 갖고 있는 제도적 권력의 유혹이 너무나 강력하기 때문이다. 한 잡지의 편집위원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원고를 손쉽게 발표할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투고된 원고들에 대한 취사선택권이 있다. 출판사는 편집위원이나 기획위원들에게 매체를 통해 이러한 권력을 위임해 주고, 편집위원들은 이에 대한 보상적 성격으로서의 호평을 남발한다.

90년대 이후의 <문학권력>에 대한 논의는 이러한 권력의 작용과 반작용에 대한 섬세한 인식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때 성찰성은 자신의 내면에 대한 끊임없는 점검과 함께 자신을 둘러싼 제도에 대한 자의식을 동시에 견지하라는 사명감을 주체에게 부여한다. 욕망과 권력을 완전히 부정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울 뿐만이 아니라 가능한 일이 아니다. 문제는 욕망과 권력에의 의지를 보다 공공적이며 생산적인 관점에서 교류시키고 결합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은 문학상이라는 고립적인 지평에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우리 사회의 모순은 감자뿌리처럼 얽혀 있기 때문이다. 어떤 형식의 담론이든지 지배적인 담론과 싸울 때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정치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권력>과의 싸움은 장의 내부에서 실천하고 장의 외부에서 연대하는 비판 네트워크의 활성화로부터 시작된다. 그런 점에서 하나의 비평적 개입은 문화정치학의 논리를 필요로 한다. 이때, 문학권력과 싸운다는 것은 자기 내부의 불순한 권력에의 의지와도 싸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 싸움은 분열증적이다. 분열증적 주체의 힘겨운 싸움은 그래도 지속된다. 투쟁이 있는 한 역사는 존재한다

詩調란 무엇인가?

새 천년, 시조의 변용과 방향 / 시조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