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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조와 현대시조
내가 시조를 어렵게 느끼게 된 것은 , 현대시조시인들이 시조를 고시조와 현대시조로 양분시켜 놓고 철저히 말살시켜 놓은 고시조를 접하고 부터다. 고시조에 매력은 느꼈지만 함부로 열어 볼 엄두는 나지 않았다. 고시조를 접하고 매력적인 구절이나 어법이 은연중 남아, 행여 내것인양 착각하게 되는 것을 경계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견문을 넓혀 보자는 차원에서, 그토록 경계했던 고시조의 봉창을 슬그머니 열고 들여다보다 나도 모르게 빨려들어 가고 말았다. 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만 것이다. 현대시조시인들이 왜 한사코 고시조와의 단절을 추구하는지의 이유를 알게되었다. 나의 시조는 말할 것도 없고, 고시조 이후 내 놓으라는 현대시조인의 시조마저도 고시조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나는 고시조 뚜껑을 열어 본 대가로 초라함과 허무를 지불해야만 했다 앞선 이들이 시조를 가꾸고 잘 다듬어 뒤 따라 가는 이에게 주었다면, 시조에 3.8선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허나 앞선 이들은 우리민족 고유유산인 시조를 계승 발전시키기는커녕. 어린애가 크레용으로 방바닥을 호작질 하듯 윤기 나는 시조라는 장판을 현대시조 창시자들이 호작질 해 놓았다. " 부득이한 경우 자수율을 무시해도 된다 " 는 가람같이 덜 떨어 진 자가 호작질한 자국을 그 누구도 지울 생각을 하지 않으니. 시조의 대들보는 덧없이 썩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 현대인들은 복잡다난하기에 43자 내외에 담는 것은 불가능하다 " 는 짓거리는 자신의 능력에 맞게 시조를 재단하려는 식자의 트릭으로 생각한다. 인생 사 희노애락이 고대와 현대가 다를리 없다. 설령 고시조가 이조백자나 고려청자처럼 사라진다해도 인간의 희노애락은 불변의 것이기에 억만년이 흐른다해도 변질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집고 넘어 갈 것은, 시나 시조는 심적 산물이 아닌가 생각한다. 심적인 것이 시나 시조를 견인한다해도 실언은 아닐 것이다. 심적인 것 중, 사랑을 축출하여 고대와 현대를 비교하면, 도저히 비교가 되지 않는다. 현대인의 인스턴트 사랑과, 수많은 나날 남몰래 속태우던 고대인의 사랑 중, 어는 것이 감정의 폭과 깊이가 넓고 깊다고 생각하는가? 과연 고대인의 감정은 현대인보다 복잡다난하지 않다고 생각하는가? " 현대인들은 복잡다난하기에 43자 내외에 담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 떠벌리는 자에게 시조를 논하기 전, 자신의 능력을 계량해 볼 것과, 시와 시조의 번지를 먼저 알 것을 권유하고 싶다 현대시조의 문제는, 고시조를 도저히 따라 갈 능력이 되지 않는 자들이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시조야 망하던 말던 오직 자신의 이름에 덧칠하고자 현대시조를 창시하였으니 얼치기 들치기 피래미 현대시조시인은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현대시조라는 찌그러져 가는 초가집에서 낱말퍼즐게임하며 거드름 떨고 있다 자수율은 문제가 될 수 없다. 한국어는 3, 4로 되어있어 자수율에 구속받을 일은 전혀 없다. 문제는 43자 내외에 사상과 느낌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 이다. 잘못 담으면 時調가 아닌 詩調가 되어 버린다. 時調는 무엇이며, 詩調는 무엇인가? 이은상의 '가고파'는 時調인가? 詩調인가? 고시조 뚜껑을 열고 현대시조와 저울질하다 허탈한 심정 논할 이 없어 넋두리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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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란 무엇인가? |
 현대시조의 실험양식과 자유시에의 경계 / 신범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