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조대상 3회 / 정완영
|
중앙일보 중앙시조대상 제정 년도 : 1982년 |
| 중앙시조대상 |
시집을 한 권 이상 펴냈고 등단 10년 이상인 시조시인, |
| 중앙시조시인상 |
시조를 10편 이상 발표한 등단 5년 이상 10년 미만의 시조시인. |
대상 1984년
정완영 / 겨울 冠岳
落葉들 다 지우고 골도 훤히 틔워 놓고
나무는 나무끼리 바위는 또 바위끼리
까투리 까투리 빛으로 가라앉고 있는 冠岳
이런 날 하늘빛은 가슴으로 무거워서
솔빛도 우렁우렁 징소리를 하고 있고
산머리 걸리는 시름 흰 눈발도 서성인다.
비울 것 다 비워야 담길 것도 담겨지나
저렇게 虛한 것이 온 골안에 실려 있는
저문 산 넉넉한 둘레를 등에 업고 우는 梵鐘.
서론
몇몇 현대시조는 빛 좋은 개살구처럼 때깔은 그런 듯 한데, 막상 쪼게 보면 먹을 것이 없다. 고시조는 언뜻 봐도 무엇인지 알 수 있으나, 몇몇 현대시조는 마치 귀신과 술래잡기하는 것 같다. 詩란 영혼과의 대화다. 영혼은 학문의 깊이를 재지 않는다. 가식을 벗고 순수한 마음으로 임하지 않으면 자신과의 영혼과도 대화하지 못한다. 詩는 유식의 경영장이 아니다. 詩란 기쁨의 웃도리를 걸치고 좌절의 바지를 입은 사상의 발자국이다. 시조 또한 이와 같다. 작자는 독자나 작품을 위해서나, 한자나 비상용어에는 주석을 달아주는 것이 옳다.
촌평
시조는 자유시와 다르다. 외적으로 모양새가 다르고 내적으로는 짜임새가 다르다. 거미에 거미줄이 나오는 것처럼 시조는 시조가 나와야 한다. 각 장의 연결고리는 접어 두고라도, 1연은 아무런 연고없이 동의어를(나무, 바위, 까투리) 반복했다. 시조는 자유시와는 달리 동의어가 앉을 자리가 없다. 나무는 나무끼리 바위는 또 바위끼리는 나무와 바위는 끼리끼리로 처리했어야 했다.
1연
落葉들 다 지우고 골도 훤히 틔워 놓고
나무는 나무끼리 바위는 또 바위끼리
까투리 까투리 빛으로 가라앉고 있는 冠岳
백수 정완영 작품을 몇 편보고 느낀 것은, 그는 의도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순리를 거역하려는 것 같다. 詩는 순리의 울타리를 떠나서는 존재하지 못한다. 순리를 거역하여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려는 것은, 말을 타고 바다를 건너고자 하는 것과 같다
작자는 막혀있던 것은 골뿐만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자 골도라고 했다. 문제는,초장을 희망적으로 전개했으면(골마저 훤히 틔어 놓고) 종장을 음침하게 처리하지 않아야 했다(까투리 까투리 빛으로 가라앉고 있는 冠岳) 물론 초장이 전개한 것을 반전시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오히려 밋밋한 것보다 초장이 전개한 것을 반전시킨 시조야말로 시조의 참맛이 담겨있다. 허나 작자는 초장을 뒤엎어 버릴만한 정당한 사유를 중장서 제공하지 않았다. 작자는 전개의 순리를 무시하고 반전시켜서는 안 된다. 순리를 무시한 시조는 상기 작품과 같이 각 장이 따로 논다. 종장을 지명으로(관학) 끝마무리를 한 것도 무성의한 것인지 한계인지 평자는 알 수 없다.
2연
이런 날 하늘빛은 가슴으로 무거워서
솔빛도 우렁우렁 징소리를 하고 있고
산머리 걸리는 시름 흰 눈발도 서성인다.
연은 독립되어 있되 유기성이 있어야 한다. 2연 초장은(이런 날 하늘빛은 가슴으로 무거워서) 1연서 돌연변이가 된 종장을 이어 받았다. 솔빛도 우렁우렁 징소리를 하고 있고는 매서운 겨울 바람에 가지가 부대끼어 나는 소리로 해석되나, 작자도 현대시조시인이 흔히 범하는 "구는 하나의 문장이 되어야 한다"는 기초적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구의 식구를(우렁 우렁 / 징소리) 갈라 놓으니(솔빛도 / 우렁우렁 // 징소리를 / 하고 있고) 이산가족이 되고 말았다.
여기서도 동의어가(초장 하늘빛. 중장 솔빛) 발견 됐고(동의어가 반복될 때는, 마땅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순리를 무시한 흔적이 뚜렷하다.
동의어를 피하고 좀더 돋보이게 하는 방법이 눈에 훤히 띄는데도 작자는 고집을 부린다.
솔빛도 우렁우렁 징소리를 하고 있고 보다. 솔가지도 우렁우렁 징소리를 하고 있고가 문맥이 맞다(구 무시)
종장 산머리 걸리는 시름이 눈이라면, 흰 눈발도 서성인다는 중복이다.
3연
비울 것 다 비워야 담길 것도 담겨지나
저렇게 虛한 것이 온 골안에 실려 있는
저문 산 넉넉한 둘레를 등에 업고 우는 梵鐘.
비울 것 다 비워야 담길 것도 담겨지나는 1연 초장과(落葉들 다 지우고) 연관 있고, 담길 것도 담겨지나 는 2연 종장과(산머리 걸리는 시름 흰 눈발도 서성인다)와 연관 지을 수 있으나, 따지고 든다면 초장과 중장은 따로 국밥 격이다. 초장에 비울 것 다 비워야 담길 것도 담겨지나라고 해 놓고, 중장서 갑자기 저렇게 虛한 것이라 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중장이 초장을 반전시켰으면,(초장이 전개한 것을 중장이 반전시키려면 합리적이어야 한다) 종장은 마땅히 초장이든 중장의 손을 들어 주어야 하는데 종장은 제 역할을 못했다
구도가 산만하고 전개 또한 이치에 닿지 않으며 흐름 또한 자연스럽지 못하니 평자는 갈지 자로 걸을 수밖에 없다. 시조는 조그마한 종기에 바다를 담아야 한다. 상기 작품을 시조라 간주하고 쏟아내면 개울의 물도 되지 못할 것 같다. 시조는 곧 문장이다. 상기 작품은 일목요연한 문장이 아니기에 시조가 아니다.
신인상
자료 찾지 못함.
|
중앙시조대상 4회 / 조동화 
중앙시조대상 2회 / 유재영, 이우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