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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작(獨酌)과 둑방길
현대시조시인은 틈만 나면 시조의 틀을 깨트려버린다. 그들은 독자가 쉬 인지할 수 있는 배열을 깨트려 자유시처럼 행세한다. 연시조라 우기는 것도 연과 연을 이어 자유시같이 만들어 놓았다. 시조는 A를 A로 말하지 않고 B로 A를 말한다. A를 A로 말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으나, B로 A를 말하는 것은 어렵다. 시조는 자유시와는 달리 잡인이 함부로 넘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음 두 작품을 보자 독작(獨酌) / 박시교 상처 없는 영혼이 세상 어디 있으랴 사람이 그리운 날 아, 미치게 그리운 날 네 생각 더 짙어지라고 혼자서 술 마신다 자유시처럼 행갈이 한 것을 시조의 틀에 집어 놓았다. 상처 없는 영혼이 세상 어디 있으랴 사람이 그리운 날 아, 미치게 그리운 날 네 생각 더 짙어지라고 혼자서 술 마신다 작품성은 접어두고라도 이것이 시조인가? 과연 시조란 말인가? 시조란, 초장은 씨를 뿌리고, 중장은 가꾸고, 종장은 꽃을 피워야 한다. "독작"은 초장에서 씨를 뿌렸다며, 중장은 화초든 잡초든 가꾸어 종장서 화려하게 꽃 피게하였가? 중장 아, 미치게 그리운 날 이란 싯귀는(?) 자유시에나 어울리는 것이지 시조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요모조모 띁어봐도 시조다운 맛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종장 혼자서 술 마신다와 같은 무성의한 작태는 그저 그런 습작으로 치부하게 한다 박시교 1947 경북 봉화 출생 1970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조 <온돌방>으로 당선 제25회 가람문학상 수상 신춘문예 시조 심사의원 둑방길 / 유재영(柳在榮) 어린 염소 등 가려운 여우비도 지났다. 목이 긴 메아리가 자맥질을 하는 곳 마알간 꽃대궁들이 물빛으로 흔들리고. 부리 긴 물총새가 느낌표로 물고 가는 피라미 은빛 비린내 문득 번진 둑방길 어머니 마른 손 같은 조팝꽃이 한창이다. 외형상 시조와 자유시는 배열이 틀리기에, 초등학생도 어렵지 않게 시조와 자유시를 구별할 수 있다. 상기 작품이 연시조라기에 연시조인가 했더니 연시조가 아니다. 왜 현대시조는 시조의 옷을 팽개치고 한사코 자유시 옷을 입으려는 것일까? 왜 현대시조는 자유시 옷을 걸쳐 입고 한사코 시조행세를 하는 것인가? 단언하건데 "둑방길"은 시조가 아니다. 연이 자유시처럼 연결되어 있어 더욱 그러하다. 작자가 시조라 우긴다면 작자는 시조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다. 시조는 독작과 둘방길처럼 A를 A로 말하지 않고 B를 빌려 A를 말한다. A를 A로 말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으나, 누구나 B를 빌려 A를 말하지 못한다. 상기 작품뿐만 아니라 현대시조 모두가 A를 A로 말할 뿐, B를 빌려 A를 말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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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나무 / 백수 정완영 |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2005년 부산일보) |
